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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성교육 사전 남자아이 세트

[도서] 아홉 살 성교육 사전 남자아이 세트

손경이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 아홉 살 성교육 사전(남자아이 몸/마음)을 읽고

 

책을 보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몸에 관한 이야기를 부모님과 나누었던 적이 있었나? 너의 몸은 소중한 것이야 라는 말을 들어 본적은? 2차 성징 혹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부모님은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다. 몸에 대한 변화 혹은 성에 대한 궁금증은 친구들을 통해서만 채울 수 있었던 것 같다.

 

2차 성징이 일찍 찾아온 친구와 목욕탕을 갔다 보게 된 친구의 몸, 초경을 시작해 아빠에게 꽃다발을 받았다는 친구의 이야기, 친구가 오빠 방에서 몰래 가지고 왔다는 이상한 만화책들. 그때만 해도 성에 관한 궁금증을 드러내는 것은 불편하고 이상한 일 이었다. 중학생 때 학교에서 성교육 관련 비디오를 시청한 적이 있는데 남자친구와 손을 잡고 가던 아이가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볼록 하게 나온 배를 만지며 우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어떻게 임신이 되는지, 만약 임신이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심각하게 멍청한 성교육이 아닐 수 없다.

 

<아홉 살 성교육 사전>을 보며 그때도 이런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몸의 소중함, 누구도 함부로 자신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다는 것, 원치 않은 접촉은 그것이 호의적인 몸짓이라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도 서로의 몸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들 말이다. 다행이도 요즘엔 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불편하고 낯선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 이란 걸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는 책 들이 많이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너무 이른 성교육이 조기성애화를 일으켜 오히려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무분별한 성관계를 옹호하는 것이라 비판하기도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성에 관련된 콘텐츠를 분별없이 접할 수 있는 시대에 그건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난 될 수 있으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주고 싶다. 우리의 몸이 어떻게 다른지, 몸에 대한 폭력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친밀함과 폭력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관계 안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임신과 출산의 과정 혹은 올바른 피임 방법 까지 모두 말이다. 물론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어느 정도의 가감은 필요 하겠지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몸에 대한 친밀감과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몸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몸의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오로지 외모에 국한된 평가들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듣고 또 얼마나 쉽게 얘기 하는가. 그런 면에서 칭찬의 말이라도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는 습관적인 외모평가가 될 수 있고,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 부분이 좋았다. 특히 자연스럽게 평가자가 되곤 하는 남자아이들 에게는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외모평가가 사춘기 아이들의 또래문화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해보고 싶다.

 

몸을 대하는 태도에 묻어나는 성적인 편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우리 집 10살 여자어린이는 할머니 집에 갈 때 마다 다리 좀 오므리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고 한다. 치마를 입은 것도 아니고 오빠랑 동생들처럼 바지를 입고 편하게 있었을 뿐인데 대체 할머니는 왜 나한테만 자꾸 잔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게다가 4남매 중 유일한 딸인 둘째에게 사람들은 자꾸 공주라는 호칭을 붙인다. ‘아이구 공주야, 우리 공주 왔어?, 역시 공주는 다르네, 너는 공주니까 네가 참아, 공주가 엄마를 도와야지 누가 도와줘, 공주가 그렇게 뛰면 못써.’ 내가 정말 공주를 낳은 것일까? 그럼 나도 공주였나???

 

책으로 돌아가, 자위에 대한 예절, 남자들은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다 라는 말에 담긴 차별적 의미, 발기, 음경의 크기처럼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제 몸을 지키고 타인의 몸을 존중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몸에 대한 예의를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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