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독서 생활을 하게 된 이후로 저자 북 콘서트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면 꼭 가보게 되었다. 오프라인으로 처음 참여한 것은 몇 년 전 김연수 작가의 '일곱 해의 마지막' 북토크였다. 사회는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대표였는데 작가에게 묻고 싶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콕 집어 질문을 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신간 서적이 출간되면 출판사와 작가들은 책 홍보를 위해 많은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그중 하나가 작가의 북 콘서트가 되겠다. 한정된 지면에 담지 못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책의 이해도가 깊어지고 애정이 생긴다.
이러한 작가와의 만남을 흔히 '북 콘서트', '북 토크', '북 모임' 등으로 말하고 사회자를 북토커라고 부른다. 강민정 작가는 스스로를 '북토커 1호'라고 말한다.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는 북토커라는 직업을 만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강민정 작가는 지난 6월 안예진 작가의 북토크에서 사회자로 처음 만났다. 그때는 안예진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꿈꾸는 유목민 부족'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이 많아서인지 화기애애하고 웃음꽃이 만발했다. '꿈꾸는 유목민 부족'인 사회자의 유머와 재치가 한몫 더했다.
강민정 작가는 그동안 단체 톡방과 블로그에 출판 일기를 쓰면서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기록했다. 오랜 준비 끝에 나온 책이라 더욱 축하하는 마음이다.
'평생 뭐하고 살래?'의 정은상 작가는 '창업이 아닌 창직'을 하라고 했다. AI의 출연으로 없어질 직업이 많다고 한다. 지금 배운 기술이 10년 후엔 사라질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직업으로 만들라는 말이었다.
북토커 1호 강민정 작가의 신간을 읽으며 육아로 인한 경단녀 시절에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길로 들어서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작가가 북토크를 직접 개최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 꼭 만나고 싶은 작가의 북콘서트가 있어 아기를 유아차에 태우고 힘들게 갔는데 아이는 입장이 안된다고 했다. 부모 강연인데 아이 동반이 어렵다니 속상했다. 항의하려니 이번 한 번만 입장하시라는 말에 화가 났다.
그렇다면 아이 동반이 민폐가 아닌 환대 받는 북토크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고 시작하게 되었다. 엄마들은 저자의 강연을 듣고 아이들은 따로 놀 수 있는 장소를 섭외했다. 만나고 싶거나 주위에서 추천하는 작가를 섭외하는 일까지 진행했다.
북토크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거부당했던 불편한 상황을 내가 해야 할 일로 전환시켜 북토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전문가로 거듭난 것이다.
작가의 블로그 이름은 '평범한기적'이다. 친구들과 그의 아이들은 기적, 혹은 기저귀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북토크 시작할 때 친근한 의미로 기저귀라고 부르셔도 괜찮다고 먼저 말하곤 한다.
작가는 북토크에 참여하면 소소한 기적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어려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독서법이 되고, 책에 몰입하게 되고, 지적 자극을 받아 결국 작가가 된 사람도 있다. 북토크에서 만나던 사람들이 작가로, 강연자로, 서점과 공간 운영자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기적을 실감했다.
'누군가는 그저 한 번의 북토크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적의 시작이 되고 기적의 증거가 된다'(p84)는 작가의 말처럼 기적은 로또가 당첨되듯이 어쩌다 크게 한방이 터지는 것이 아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한강 작가의 인터뷰에서 '꾸준히 쓰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었고 이제서야 소설가라는 직업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라고 했다.
처음부터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거라고 다짐하며 계획적인 삶을 살아서 성취하기보다는 평범한 기회로 마음이 끌리는 일에 접하고 그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기적과 같은 일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쩌면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 평범한 기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제1호 북토커 강민정 작가는 북토크 홍보의 황금 타이밍을 2주 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북토크 준비 노하우도 대방출했다.
작가 섭외
장소 섭외
작가와 북토크 진행 방식과 내용, 홍보 방안 사전 협의
SNS에 책 서평 남기기
북토크 홍보 글 작성 및 북토크 내용 작가와 최종 점검
북토크 2주 전, 홍보 및 접수 시작
유명한 작가라면 출판사, 대형 서점을 통해 북모임을 개최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명성만으로도 북토크를 열고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하는 작가들이 훨씬 많다.
글을 쓰는 것도 과정도 고난이지만 출판사에 투고해서 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길도 가시밭길이다. 독서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한 해 출판되는 책이 수 만권이라 하니 책을 판매하는 것도 꽤 어려울 것이다.
북토커는 책을 홍보해야 하는 작가와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 독자를 이어주는 오작교 역할을 한다. 신인 작가나 무명작가에게 책을 홍보하는데 꼭 필요하겠다.
북토크는 출판사에서 진행하면서 사회자도 지인이나 알음알음 소개받아 진행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렇게 북토크를 기획하고 준비해서 북 모임을 진행하는 북토커가 있다는 사실이 독자로서 감사한 마음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누구나 추구한다. 거기에 사람까지 얻을 수 있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무엇을 하며 살지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