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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도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 심장이 시켰다 ]


 

우리는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다.

적어도 사람에 관해서는 더 그렇다.

한 사람을 두고 상상만으로 그 사람이 이럴 것이다.

저럴것이다 아무리 예상을 해봐도

그 사람의 첫장을 넘기지 않는다면

비밀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

"넌 뭐든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널 좋아하게 될 거야.

왜냐하면 경험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네 옆에 있고 싶어 할테니까."

 

***

이제 첫장을 넘기며.. 병률님을 따라 여행을 시작합니다.

바람이 좋고.. 당신도 좋습니다..

 

- 작은 방을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나에게 신발을 사주었었다.

당신 혼자 며칠 더 머물러야 했다.

내가 며칠 먼저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나에게, 신던 신발을 버리고 갈 거냐고 물었다.

가방을 싸면서 낡은 신발을 휴지통에 버리려 하는데

당신이 말했다.

"거기 한쪽에 두고 가, 그냥 내가 바라보게 ···."

보고 싶을 때..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너무 보고 싶을 때..

일부러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 언젠가 처음엔..

음악실 열쇠를 맡는 아이가 되었다.

그방으로 들어가 악기들을 하나씩 닦기도 했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한다는 게

제법 나다운 일이란 걸 그때 알았다.

행복은 문지르고 문지르면 광채가 났다.

 

구석에 베낭 하나가 보였다.

베냥 맨 밑에 인조가죽으로 감싸인

딱딱한 뭔가가 만져졌다. 카메라였다.

그 오래된 카메라를 만지고 있자니

한참을 달리고 난 사람처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가져가기로 했다. 필름을 사서 며칠동안 학교와 우리집 사잇길 풍경들을 찍었다.

셔터소리를 들을 때마다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두근거렸다.

다 찍은 필름 한 통을 사진관에 맡긴 뒤 다시 카메라를 그 배낭안에 넣았다.

 

다음 날, 사진관 아저씨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는

필름을 현상해놓고 나에게 건넸다.

나중에 작동이 안 되는 고장 난 카메라였던게 아니라

한번도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보지 않을

미숙함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 다녀온 아빠가 사온 문구와 카메라.. 

그 카메라에 처음으로 필름을 넣었을 때

살짝 긴장하며 집중해서 필름을 넣는 어린 내가 생각난다.

 

6# 내가 그린 그림..

 

교토에 술집 하나가 있습니다.

이 집의 감동적인 주인공은 정성을 드여 차려준 술과 안주만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가 사시미를 준비할 때, 할아버지의 손놀림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다소 걱정하는 듯이 또 행복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다소곳하면서도 정중한 모습.

 

아, 어떻게 저렇게 고요하고도 벅차게 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이 집에서 평생 가슴에 지닐 그림 한장을 완성하고 말았습니다.

아주 귀한 그림을 얻고 말았습니다.

 

사랑 그거 참 우아하고도 먼길이데요, 라는 생각으로

술을 조금은 많이 마시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7# 뜨겁고 매운 한 그릇..

 

세 달을 예정한 인도 여행이었으므로 짐은 적지 않았다.

그곳은 내가 상상해왔으니 동시에 상상할 수 없는 곳이고 했으므로

과감히 다섯 개의 라면을 여행가방에 담았다.

 

라면 다섯 봉지, 그걸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부수어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평소에도 그리하는 것은

라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근처 움막집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불가촉천민이었다.

몇번 그집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사진은 찍은 적도 있었는데

그들이 움막 앞에서 불을 피워 밥을 지어먹던것을 생각해낸 것이다.

 

싸구려 냄비를 산 다음 라면을 들고 그들을 찾았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네명의 어린아이가 그 과정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감정의 모든 것을 눈동자에 담는다. 그들의 표정은 더 강렬하고 리얼하다.

내가 떠나자 아이들이 라면봉지와 스프 봉지를 차지해 핥으면서 다투기 시작했다.

 

이번엔 라면 두봉지가 필요했다.

그 지역을 여행하던 한국인을 만났는데 라면 끓여 먹은 이야기를 하자

빛을 내기 시작하는 그의 눈빛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이제 두개의 라면이 남았다.

그곳을 떠나야겠다다는 마음을 먹고 한개의 라면을 끓이기 위해 움막집을 찾았다.

나에게 뭐라 말을 걸어왔다. 몸짓을 살피니 라면 한 개를 줄 수 있냐는 말이었다.

나에게 라면이 하나 남았다는 사실을 어찌 알았을까.

 

내가 떠난 후, 남은 한국인 여행자는 불이 필요할 때마다 움막을 찾아 신세를 졌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여행이야기를 올려 놓은 사이트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 비상식량을 가져간 검을 콩을 들고 움막을 찾아갔다.

며칠 뒤에 그곳앞을 지나는데 세상에나,

형이 버리고 간 다섯개의 라면 봉지에 각각 흙을 담아 식물을 기르고 있었다.

그 식물이란 내가 나눠준 콩이었다. -

 

이야기가 아름다워서  마음 한쪽 구석이 자꾸 간질간질 것이다.

 

10 #

 

허기를 달래기엔 편의점이 좋다.

시간이 주는, 묘한 느낌을 알기엔 쉬는 날이 좋다.

몰래, 사람들 사는 향내를 맡고 싶으면 시장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의 옆모습을 보기엔 극장이 좋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생각할 필요없이 내가 태어난 곳이 좋다.

여행의 폭을 위해서라면

한 장보다는 각각 다르게 그려진 두장의 지도를 갖는 게 좋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알기 위해선, 높은 곳일수록 좋다.
세상 그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시간이 좋다.

희망이라는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근거릴수록 좋다.

고꾸라지는 기분을 이기고 싶을 때는 폭죽이 좋다.

 

사랑하기에는 조금 가난한 것이 낫고

사랑하기에는 오늘이 다 가기 전이 좋다.

 

 

12 #

 

끌리는 것 말고

반대의 것을 보라는 말.

 

시를 버리고 갔다가

시처럼 돌아오라는 말.

 

선배의 그 말을 듣다가

눈이 또 벌게져서 혼났던 밤.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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