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여행이자 만남입니다. 책을 저술한 작가와의 만남이고 그의 마음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독서입니다. 혹자는 "古典"을 읽어야 제대로 하는 독서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견해에 동감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과 독서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나 통하는 얘기라 생각하기 때문이빈다. 저 같이 이제 막 책 읽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古典"은 "苦戰"이 되기 쉽상입니다. 책을 즐겨야 하는 데 어려운 책과 싸워야 하는 형국이니 그런 독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저도 "古典"을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깨우치는 즐거움을 찾을 날이 오겠지만, 그 전까지는 "고전"에 대한 각자의 깨달음을 전해주는 책 읽기에 만족하려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출판사 "김영사"에서 편집, 출간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정말 추천할 만한 도서 목록입니다. 저는 장자와 노자의 사상을 다룬 "도에 딴지 걸기"를 접하며 알게 된 지식인 마을 시리즈의 목록을 보고 마치 보물 상자를 발견한 듯 즐거웠습니다. 이후 그때그때 관심가는 영역을 다룬 책을 선정해 읽고 있습니다. 이번이 세번째 도서입니다.
푸코와 하버마스는 인간의 이성에 대해 대립되는 논점을 가진 학자들입니다. 인간의 이성이 인간을 행복하게 했고 인류의 미래에도 그러할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연구한 학자들입니다.
이 두 학자의 학설을 이해하기 위해 르네상스, 산업혁명, 계몽주의 등 서양 역사와 그속에서 발전한 인문학, 자연과학의 발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펼쳐보여줍니다.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푸코와 하버마스가 어떠한 문제의식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러한 문제의식을 해결하려 어떠한 주장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분적 예속으로 부터 인간의 해방과 자연과학 지식의 발전을 기반으로 서구 사회에서 일어난 정치혁명(프랑스 혁명, 영국 혁명)과 산업 혁명으로 인류 사회는 전대미문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인간의 이성이 이루어낸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인간의 행복만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서구 사회는 커다란 변화를 통해 얻게 된 강한 힘을 바탕으로 약소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라를 폭력성을 발휘합니다. 자신들은 이성, 합리, 비서구 사회는 반이성, 불합리라는 굴레를 씌워 자신들의 식민지 지배를 인간 이성의 세계적 확대라는 명분으로 포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서구 사회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이었던 것입니다. 서구 사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전 세계를 전쟁의 공포를 몰아넣는 두번의 세계 대전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인간의 폭력과 야만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인간에게 엄청난 행복을 가져올 것 같았던 인간의 이성이 불합리한 폭력과 야만성을 드러내는 가지 모순의 상태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직면해 서구의 학자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인간의 이성의 실체가 무엇인지, 과연 인간의 이성이 인류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인류에게 고통과 고난을 가져올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푸코는 인간의 이성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과 야만성에 집중하는 반이성주의의 길을 걷습니다. 이에 반해 하버마스는 중세의 종교적 신분적 예속에서 인간을 해방시킨 인간 이성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둡니다.이 대립되는 입장의 차이로 인해 각자 제시하는 해결 방안에도 커다란 차이가 존재합니다.
푸코는 인간이 치열한 자기 성찰을 통해 윤리적 주체로 거듭 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반해 하버마스는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의 장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인간 해방에 기여했던 "공론장"의 재건을 주장합니다. 푸코가 개인적인 차원의 성찰을 중시한다면 하버마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합리적 의사소통을 중시합니다.
이 두 학자의 주장 중 어느 것이 옳다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치열한 자기 성찰을 통한 윤리적 주체가 되려는 노력과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공론장의 기능 회복 모두가 필요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공론장이 공론장의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윤리적 주체가 되기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각자의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진보대 보수, 세대 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 남녀 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우리 사회는 많은 갈등과 차별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없이는 우리 사회가 행복한 사회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위해 인간의 이성에 제기된 두가지 대립된 학설에 대해 잠시 고민해보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해준 고마운 책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