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저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치사율 높은 전염병이라는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던 우리에게 지난 6개월 여의 시간은 하나의 바이러스 전염병이 전 세계를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이토록 바꿀 수도 있다는 심각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중 대표적인 것이 "언컨택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교, 회사, 교회, 직장 등 많은 사람들과 수없이 많은 접촉을 하며 지내야 하는 우리에게 코로나19는 원치 않는 언컨택트의 일상을 강요했습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수많은 모임과 만남이 취소되고 우리들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단절의 시간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이상한 것은 이러한 단절의 경험이 힘들고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비자발적 단절은 아직도 어렵고 힘들지만 원치 않는 만남을 피할 커다란 명분이 생기다 보니 오히려 좋은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적극 활용하기 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이 책 "언컨택트"에서 얘기한 트렌드로서의 "언컨택트", 우리들의 욕구로서의 "언컨택트"가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저자의 "언컨택트"는 우리의 일상, 비지니스, 사회공동체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언컨택트"의 트렌드를 다양한 현상을 통해 보여주고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해줍니다.
코로나19로 속도가 당겨지긴 했지만 "언컨택트"는 이미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고, 우리들의 마음 속 욕구에도 상당히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입니다. 어떠한 사회변화도 처음에는 그에 대한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대세적인 트렌드로 사람들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킵니다. 바로 "언컨택트"가 향후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대세적인 트렌드인 만큼 우리도 이에 적응하고 이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언컨택트의 생활이 대부분 발전된 IT기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재택, 원격근무, 원격진료, 원격강의, 원격예배, 배달 중심의 음식문화,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즐기는 방법까지 IT기술의 적용으로 우리들의 일상에 자리잡은 언컨택트의 모습들입니다. 인간미가 없다고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입니다. 컨택트가 인간미가 있다는 관념 역시 이미 낡은 관념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원치 않는 컨택트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언컨택트"를 우리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또한 우리들의 사업적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언컨택트" 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규칙들에 대한 합의과정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렇듯 언컨택트 사회에 적응하고 우리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언컨택트 사회가 가져올 양극화에 대한 문제입니다. IT기술에 의지하는 언컨택트의 생활 방식이 이 사회 모든 이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단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 정도에 따른 디지털 디바이디드의 문제만이 아니라 언컨택트한 사회에서 원치 않는 컨택트를 강요받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양극화 심화로 연결될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양극화의 약자에 선 사람들은 AI 혁명으로 언제든 일자리에서 떨어져나갈 위험에 처한 계층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컨택트"가 인간적이고 "언컨택트"가 비인간적이라는 구시대적 이분법으로 "언컨택트"를 부정하려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언컨택트"의 사회가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적 공동체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언컨택트"라는 트렌드에 대해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하며 그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인간미 넘치는 "언컨택트"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화두를 던진 책 김용섭 저자의 "언컨택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