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다. 인간에게 욕망은 삶의 강력한 동기이자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욕망을 품고 추구하는 과정과 결과로서 인간의 삶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은 한 가지 형태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삶의 오랜 기간 지속되는 욕망도 있지만, 순간 순간 생겼다 사라지는 욕망도 있다. 또한 개인의 욕망은 그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고 사회적 타인들의 욕망과 뒤엉키며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 사회는 욕망을 지닌 개인들의 집합인 만큼 인간 사회는 거대한 욕망 덩어리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욕망은 온전히 나로 부터 생겨난 욕망일까?
미국의 저명 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루크 버기스가 지은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출판사: 토네이도 미디어그룹, 2022년 7월)"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색다른 관점과 해석을 보여준다. 한 개인이 가지게 되는 욕망의 근원에 대해 "모방"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1950년대 활동한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을 통해 개인이 갖는 욕망의 근원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욕망의 상호 작용과 그로 인한 긍정적, 부정적 결과에 대한 해석을 제시한다. 또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가꾸기 위해 모방 경쟁의 덫에 빠지지 말고 깊고 근원적인 욕망을 찾아내어 강화할 것을 조언한다. 버기스는 이러한 주장을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방식이 아닌 풍부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때문에 다소 생소한 모방이론에 대한 이해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욕망의 근원으로서 모방이론을 설명하며, "모방"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직접적으로 우리의 욕망 형성에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모방을 통한 욕망 형성의 매개로서 "모델"에 따라 셀레브리스탄, 프레시매니스탄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모방의 특징과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모방을 통한 욕망의 형성과 진행과정을 창조적 사이클과 파괴적 사이클로 구분하여 설명하며, 우리가 흔히 빠지게 되는 파괴적 사이클에 대한 경고를 보내준다. 욕망의 파괴적 사이클이 심화되어 사회적 공포, 불신, 분열이 팽배해져 사회적 위기 상황에 쳐했을 때 그 돌파구로 사용되어온 희상자 매카니즘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 책의 후반부인 2분에서는 이러한 모방경쟁에서 파생된 욕망의 부정적, 파괴적 사이클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욕망(두터운 욕망)에 대해 설명하며, 두터운 욕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가질 수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조직의 리더로서 조직의 발전을 위해 가져야 하는 리더의 욕망(전환적 욕망)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모방이론에 의하면 개인의 욕망은 개인의 내재적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특정 모델에 대한 모방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방의 과정은 때로는 긍정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발전과 통합, 새로운 가치의 형성을 이루기도 하지만, 불안, 두려움, 공포, 갈등 등 개인과 사회에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내 욕망이 내 것이 아니라 모방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얘기에 큰 당혹감을 느꼈다. 개성 존중, 개성 추구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커다란 흐름이라 생각했는데 이와는 정반대의 "모방"이 욕망의 근원이라니 선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잠시 책을 덮고 생각을 해보니 개인의 욕망이 형성되는 근원에 대해 이렇게 탁월한 견해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튀어나왔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누군가를 부러워 하며 그가 가진 것을 갖고자 하는 경우가 얼마나 일상적인지 생각해보면 모방이론의 탁월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SNS 상에 인플루언서라 하는 사람들이 순간순간 올리는 사진, 동영상 등을 접하며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특정 기사에 달라붙는 비난, 욕설, 혐오의 내용이 가득한 댓글로 부터 우리의 생각과 태도는 안전한가? 학창 시절 뛰어난 성적을 가진 이공계 인재들은 왜 하나같이 의대에만 가려 하는가? 각자의 개성이 중요해졌다는 현대 사회에서 일상 곳곳에 모방 욕망이 가득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직업선택, 사회정치 문제에 대한 견해, 취미 생활 등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서 발동되는 욕망 중 모방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있을까?
우리가 삶에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욕망의 근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때문에 일단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는 욕망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모방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욕망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모델을 매개로 모방한 욕망인지, 즉 모델의 영역에 따라 욕망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셀레브리스탄과 프레시매니스탄의 개념이다. 문제가 되는 모방은 프레스매니스탄에서 발생하는 모방이다. 프레시매니스탄에서 벌어지는 모방은 구성원 사이에 지나친 모방 경쟁을 일으키고, 이 경쟁은 모두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패배하는 게임의 양상으로 변모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빠지게 되는 욕망의 부정적 싸이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모방 경쟁으로 인한 욕망의 부정적 싸이클은 사회적 갈등, 불신, 분열을 야기 하여 사회적 위기 상황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간은 "희생자"를 만들어내위기를 탈출하는 매카니즘을 사용해왔다. 누가 희생자가 될 것인가? 히틀러는 유대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 약자를 희생자로 삼았다. 중세 시대에는 마녀 사냥을 했다.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한 행동이라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야만적 행동이 거리낌 없이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모방경쟁으로 인한 욕망의 부정적 싸이클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모방 경쟁은 개인으로서의 삶을 힘들고 지치게 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이겨낼 수 없는 무한 경쟁에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감, 동행, 상생이 아닌 분열, 불실, 갈등의 상황으로 몰고 간다.
버거스는 이러한 파국적 모방 경쟁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망의 근원에 대한 신중한 탐색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줄 자신만의 욕망을 찾아내고 발전시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간 순간 생겼다 사라지는 얕은 욕망이 아니라 우리 삶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끌어줄 뿐 아니라 우리 삶을 한 단계 도약시켜줄 수 있는 "두터운 욕망"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그렇다면 두터운 욕망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사실 이 부분으로 인해 이 책에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 어떤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깊이 있는 사색,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회고 등의 내용은 너무나 일반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각자 가져야 할 "두터운 욕망", "전환적 욕망"에 도달하는 지름길이 존재할까? 버기스가 얘기한대로 시간을 갖고 인내심으로 버티며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찾아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헤쳐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큰 실망"이 아니라 "약간의 실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책의 말미에 보여지는 조작적 욕망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개념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욕망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강요된 욕망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작적 욕망을 추구하는 삶이 과연 "내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우리가 갖게 되는 욕망의 근원을 이해하고, 파괴적인 욕망의 싸이클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탁월한 견해를 제시한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는 온갖 얕은 욕망의 덫에서 빠져나오기를 갈망하는 모든 분들이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