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구체적인 형상도 없는, 엄마의 할머니로만 존재했던 사람이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와 금방이라도 내 앞에 나타날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나의 증조할머니, 이정선(본문 중)세대 갈등의 완화, 화해, 그리고 연합『쇼코의 미소』때도 느꼈지만, 저자는 감정의 모순을 기가 막히게 끄집어내 눈앞에 펼쳐놓는다. 그리고 여러 모순된 감정에 당혹스러웠던 순간들 앞에 서있는 나를 위로하며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같다. 소설 속 시간은 지연(나)으로 시작해 위로, 아래로, 평행으로 흐르며 100년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