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타이완으로 유학을 온 후 엄청난 정체성의 혼란을 격었다. 타이완 현지 교회 청년들과의 성경공부 모임 자리에서 한 청년이 아끼는 포도주라며 꺼내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청년들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포도주를 주심을 감사하며. . 기도하고 성경말씀을 나누며 즐기는 것이었다.
술과 성경이 왠말인가. .
아마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술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이 불러온 오해를 인식한 것이. .
술을 멀리하는 것이 오직 종교의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사실 즐기고 싶어도 즐길 방법을 모르고, 또 몸도 따라주지 않았다. 조금만 먹어도 빨개지는 얼굴과 떨리는 심장에 따라 떨리는 손은 내가 아닌 대작하는 누군가의 술맛을 떨어트리는. . . 재주가 나에게는 있었다.(매우 은혜스러운 ㅎ)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술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던 나에게 저자의 유머와 센스를 겸비한 최고의 가이드였다. 비주류를 사랑하는 저자는 주류를 꿰고있었고, 이 세계에서는 일류였다.
술마신 다음날의 낯선 기억들(특히 택시안에서 노래방 번호키로 게임하는 에피소드 ㅎ ) 에 치를 떨면서도 또 다시 잡고 있는 술병에 비웃음이 아닌 공감이 되는 것은 (나에게는 초코렛일까?!) 저자에게 그리고 애주가들에게 술은 그냥 그 자체로 친구이기 때문이 아닐까! ? 자아를 가장 잘 끌어내주는 . 묵묵히 기다려주는 그런 친구. .
가장 공감이 되었던 문장은 '힘내' 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힘내라는 말을 싫어했다. 힘내라는 말은 대게 도저히 힘을 낼 수도, 낼 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서야 다정하지만 너무 느지막하거나 무심해서 잔인하게 건네지곤 했고, 나를 힘없게 만드는 주범인 바로 그 사람이 건넬 때도 많았다. 나는 너에게 병도 줬지만 약도 줬으니, 힘내. 힘들겠지만 어쨌든 알아서, 힘내. 세상에 "힘내"라는 말처럼 힘없는 말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이때만큼은 "힘내"라는 말이 내 혀끝에서 만들어지는 순간, 매일매일 술이나 마시고 다니던 그 시간들 속에서 사실 나는 이 말이 듣고 싶었다는걸,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가 무슨 의도로 말했든 상관없이. 그냥 그 말 그대로, 힘내. (본문 중)
좋은 구경했습니다.
저도 (자칭) 좋은 사람인데 술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