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말.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허드렛 일을 하나 시켰더니 자신은 그런 일을 하러 온 게 아니라며 정색하다가 그런 일들이 몇 번 지속되자 바로 사표를 쓰더라는 것. 그 허드렛 일이 뭐였나고 물었더니 편지 봉투에 우표 붙이는 일이었다고...
그 신입사원이 좀 별난 구석이 있었을 수도 있으나 요즘의 신입사원들은 과거의 그들과는 확실히 다른 건 분명한 듯. 그래서 <90년생이 온다>를 필두로 관련된 책들이 등장했고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이 신입사원 친구가 반발했던 것도 넓게 보면 공정하지 않다고 여겨서지 않을까.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공정과는 맥이 좀 다르지만, 그가 느꼈을 때는 모르긴 몰라도 나는 이런 일 하러 온 게 아니다, 이건 내 또래의 다른 신입사원들의 처우와 다르고 이런 일까지 한다고 해서 더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공정하지 않다는 거다! 이런 생각 아니었을까.
이렇게 맘대로 넘겨짚는 내 자신도 어느덧 확실히 꼰대가 되버린지도 모르겠으나 라떼만 해도 (빼박 꼰대 용어 등장) 요즘의 그들과는 달랐지 싶다. 비슷하다기엔 같은 면도 물론 있다. 이를테면 대학 조별 발표 때 협업은 눈곱만큼도 안 해 놓고 이름만 버젓이 올리려는 그런 토 나오는 무임승차 빌런은 예나 지금이나 꼭 있기 마련이었고 라떼도 당근 (언아더 꼰대 용어) 분노 폭발했었다.
하지만 요즘의 공정, FAIR는 책에서 언급한 <매일경제> 기사에서와 같이 Fair, Acheivement, Individualism, Rage의 약어가 되버렸다는 점에서 다르고 특히 rage 면에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니었다고 반박할 내 또래들도 있겠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평창 올림픽 때 남북한 단일팀 이슈가 일었을 때 라떼만 해도 그렇게까지 사회적 분노감이 표출되진 않았다는 생각이다. 인국공 이슈도 그렇고.
여하튼 참 어려운 문제다. 한줄소감에도 밝혔지만 이 책에 대해 박하게 평가한 리뷰들이 제법 보였는데 개인적인 견해들이라는 점을 떠나서 그건 공정하다 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이 책보다 훨씬 덜 떨어진 담론들에도 좋아요가 그렇게들 많은데? 이런 서평 문제에서도 공정성 문제가 이리 심란한데 하물며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일까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