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수 선생의 이름은 익히 들었으면서도 정작 선생의 글은 읽어보지 않았어서 마침 신작 소식을 접해 읽게 된 책. 명불허전이라더니 글을 읽고 나서야 고종석 선생 같은 분도 왜 그를 칭송했는지 바로 알겠더라.
이 책은 그의 여러 꼭지글들을 엮은 것인데 한 편 한 편이 모두 인상 깊다. 적어도 한 문장 또는 한 대목은 분명 마음에 남게 하는 여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찰하다'는 단어를 가지고 그가 엮은 글이 가장 인상 깊다. 나는 저 단어를 내 고향말이라 생각했는데 엄연히 사전에도 등록되었더라. 어렸을 적 자주 들었던 말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도 익숙한 저 단어는 쉽게 말하면 딴짓한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한테 주로 들었었는데 주어진 일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하거나 한눈 팔면 으레 저 말을 들었었다. 해찰하지 말라고. 따라서 부정적인 의미가 함축된 저 단어지만 선생은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를 끄집어낸다. 실제로 해찰은 창의성의 씨앗이 되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런데 연결되는 맥락에서 '먼 산 본다'는 말도 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먼 산 보는 건 소위 멍 때리는 일로서 하찮아 보이지만 그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왕왕 있다.
여하튼 이번 연휴는 이렇게 깊은 사유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진 문장과 사색들이 빛나는 글들을 많이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