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넓얕> 팟캐스트와 책으로 유명하다는 '채사장'의 신작이라고 하는데,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책 제목에 끌렸을 뿐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닿을 수 있는가"
폐부를 찌르는 질문.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는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잘 만나고 이상적인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실패한 관계가 더해갈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관계의 아득함. 소통의 노력이 온갖 오해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이해. 이것이 외로움의 본질이다. 당신에게 불현듯 휘몰아치는 깊은 고독과 쓸쓸함의 기원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타인에게 닿을 수 없다는 진실을 인정하고 외로워지거나, 타인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매번 좌절하거나." (p.28)
그는 웬만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자고 한다. 만남 뿐 아니라 우리 모든 선택이 그렇다. 가령 우리는 천직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나에게 맞는 단 하나의 전문직을.
"이 생각은 가능성이 없다. 명심해야 한다. 내가 첫 단추를 제대로 꿸 가능성은 전혀 없다. (…) 결국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당신이 제대로 된 선택으로 시작하지 못할 것임을. 따라서 다른 길과 다른 가능성을 마음에 품은 채 느슨하게 출발해야 한다." (p.82)
내가 선택한 사람도, 내가 선택한 직장도 모두 빗나간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부터가 문제다. 애초에 제대로 된 선택이란 건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선택의 기준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기준 삼아서는 어떤 선택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세계에 던져졌다고 할 때, 그 세계는 지구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p.93)
"우리가 나라는 세계에 던져졌다는 것, 그래서 그것은 너무나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된다." (p.94)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 이것이 사랑하는 이를 만난다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다. 이제 그의 지평은 나의 지평으로 침투해 들어와서 결국 나의 세계와 겹쳐진다. 나는 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기존의 세계에는 없던 신비하고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그의 향기, 그의 옷가지, 그의 가구들, 그의 취향, 그의 언어, 그의 습관들, 그의 세계관. 나는 그가 먹는 것을 먹고, 그가 하는 말을 따라하며, 그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p.38)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그 언제는 언제가 될 것인가. 새로운 세계를 얼마나 만나고, 얼마나 떠나보내고, 얼마나 울어야 오랜 벗과 같은 익숙한 세계와 조우할 수 있을까.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은 당장은 힘겨워도 그 '언젠가'를 앞당긴다. 나라는 세계, 너무나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를 조금씩 부수어낸다.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 지평의 확장은 계속되고 언젠가 너에 닿는다.
이 책이 정답을 제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각자의 답을 찾아가도록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