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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허벅지

[eBook] 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저/조찬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여자는 허벅지. 그리고 표지의 일러스트. 더 이상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완벽한 제목과 표지다. 뭔가 야릇하면서도 담백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면서도 실상 안을 들어다보면 난잡하기 짝이 없다. 삶에 축복으로 주어진 성에 대해 터놓고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지혜와 기술이 절실한 시대다. 


이 책에는 여자 주인공인 저자의 말벗이 되어주는 남자 주인공 '가모카 아저씨'가 등장한다. 실제로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일지를 떠나 참 부러운 관계다. 성에 관한 대화를 담담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이성 친구라니. 이런 친구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늘 있어왔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것은 내가 아직 성에 관해 그리 담백한 사람이 되지 못했기 때문인 듯 하다.


이 책은 여자들의 공감을 주는 단짝친구같은 책이지만 남자들에게는 여자를 이해하는 돌파구를 제공하는 과외선생님 같은 책이다. 물론 여자도 남자를 이해해야 한다. 피차 이해해야 하는 건 매한가지겠지만 남자로서 말하건대 그래도 남자가 좀 더 무심한 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왠지 남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남자 독자가 많지는 않을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자의 성욕은 머나먼 절에 있는 종과 같다. 어둠 속에 숨겨져 있지만 그윽하고 강한 소리를 내며, 여운이 어둡고 묵직하게 깔리면서 음파를 형성하고, 그 음파는 언제까지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남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여자를 유혹하려고 하는 건 무거운 죄다"


여자의 성욕. 이 노골적인 말에 남자의 성욕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남자는 여자의 성에 대해 이애해야 한다. 여자의 성욕은 남자의 그것보다 삶의 전반에 펼쳐져 있다. 그래서 여자를 안다는 것은 여자의 성욕을 아는 것과 떼어놓을 수 없다. 


"생각해 봤는데 저는 (침대에서의) 사적인 시간에 어떤 표정을 할지 어떤 모습일지 가늠할 수 있는 남자가 좋아요. 그리고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어서도 안 되고요."


"나는 사람이 사는 집, 사람이 머무는 방에서는 좋은 의미의 음풍淫風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화려하게 꾸몄거나 과하게 점잔을 뺀 집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 집 주인은 그걸 할 때마다 집 밖에 나가 모텔을 이용할 것 같다'는 억측을 하게 된다. 집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동네 전체에 음풍이 훈훈하게 감돌았으면 좋겠다."


성적 매력이 감추어져 있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일상에 배여 보여지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 겉다르고 속다른 사회에 대한 일침이다. 어둡고 끈적거리는 성이 아니라 밝고 담백한 성, 나아가 그런 인간다운 일상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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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아내와 함께 읽고 웃으려고 샀던 책인데, 아내의 반응도 좋았고 의외로 내공이 깊은 저자의 얘기에 동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분이 쓰신 리뷰를 보니 기억이 새롭네요. 잘 읽고 갑니다.

    2016.08.17 08:4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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