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참여문학 작가이자 명망 높은 페소아 연구자인 안토니오 타부키의 1994년 작품이다. 1993년에 탈고를 마친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언론재벌로서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정한 수단에 연루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 총리에 오른 1994년 발표되며, 페레이라는 반민주 정권에 반대하여 출판의 자유를 지키는 인물의 상징으로 추대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1938년 포르투갈 리스본이다. 포르투갈을 장악한 살라자르 독재 정권은 언론을 통제하며 폭정을 일삼고 있다. 주인공 페레이라는 젊은 시절 보도기자였지만 지금은 지역신문의 문화면을 맡고 있는 늙은 기자일 뿐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으며 폭정을 애써 외면하던 페레이라는 혁명가 몬테이루 로시와의 만남과 일련의 사건을 통해 현실에 눈을 뜨고 언론인으로서 폭정에 맞서기로 한다.
별로 길지도 않고 구조도 단순하지만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본문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단서를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특별한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세월이 흘러 살라자르의 독재 정권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도 모두 역사 속의 한 조각으로 사라진지 오래지만 독재에 대항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언론인과 행동으로서 그를 움직인 젊은이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자칫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멋지게 풀어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