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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도서] 숨그네

헤르타 뮐러 저/박경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독일의 패색이 짙었던 1944년 8월 루마니아가 소련에 점령된다. 소련은 독일의 우방이었던 루마니아의 독일계 주민들은 국가재건 사업에 종사시킨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의 강제수용소에 수감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17세 소년 레오는 그렇게 우크라이나 굴락에 수용된다.

성 소수자라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에 너무 작은 고향 마을을 떠나기를 꿈꿔왔던 레오는 잠시간 해방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곧 숨그네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배고픈 천사(굶주림)에 잠식된 절망적인 수용소의 삶을 살게된다.

헐머니의 마지막 인사를 가슴에 품고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않은 소년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가슴속에 커다란 공허함만 남은 소년은 가족과도, 사회와도, 아내와도 함께하지 못하고 쓸쓸하고 고립된 삶을 살게된다.

그 유명한 뮤지컬 헤드윅이 연상되는 이 놀라운 이야기는 작가 헤르타 뮐러가 동료 작가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체험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독일계 루마니아인인 작가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언어로 조합한 새로운 단어의 사용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도 '숨그네'나 '배고픈 천사' 같은 익숙하지만 낯선 이질적인 단어를 통해 주인공의 고립감을 극대화하고 익숙하지만 낯선 수용소 생활의 아픔을 담담하고 시적으로 표현했다.

항상 절멸수용소와 대학살의 가해자로 묘사되었던 독일의 국민이 피해자로 등장해서 신선했고, 글도 아름다웠지만 주제가 무거웠던 만큼 쉽게 읽히지 않았다. 국가가 자지른 과오에 대한 책임을 그 국가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무고한 개인이 지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 주기도 했다. 역사를 재구성한 소설이나 거대한 폭력에 노출된 개인의 고난과 그로 인한 후유증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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