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등장하는 식물의 경쟁상대는 동종인 식물, 환경, 병원균, 곤충, 포유류 그리고 인류까지 총 여섯 이다. 식물은 상대에 따라 다양한 생존전략을 구사하지만 일관적이게 상생이라는 한 가지 원칙을 따른다. 식물끼리의 경쟁에서 경쟁자의 니치를 빼앗아 상대적으로 척박한 환경으로 내몰거나 때론 기생도 서슴치 않지만 경쟁종을 일방적인 멸종으로 몰아가진 않는다. 환경에는 진화를 통해 적응하며, 감염을 허락하는대신 그를 통해 얻은 독성물질로 천적을 피하는 방식으로 박테리아와 공생하며 자신들을 먹이로 삼는 곤충과 포유류에게는 달콤한 꿀과 과실을 제공해 그들을 수분의 매개체로 활용함으로써 공생을 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쟁상대들이 식물과의 공생을 받아들이는 동안 홀로 다른 대응방식을 고수하는 종도 있었다. 바로 인류다.
앞선 경쟁자들과는 다르게 인류는 타 생물종과의 공존대신 전면적인 섬멸전에 나선 모양새이다. 인류는 식물에게서 꿀과 과실을 얻지만 수분에 관여하지 않으며, 인류의 식량으로 선택된 일부 식용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제초제를 사용해 잡초를 제거한다. 또한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오존층을 파괴하는가하는가 하면, 단 하루에 100여 종의 동식물을 멸종으로 내몰고 있다. 멸종되는 동식물의 종 수를 헤아려보면 인류는 완벽한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는듯하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식물의 기발한 생존전략을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에 인류가 거둘 완벽한 승리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다양한 지표를 통해 인류의 위기와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있다. 식물은 자신의 것을 내어줌으로서 경쟁자들과의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쩌면 식물들이 제시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