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9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흔하디 흔한 삶의 권태가 공원 벤치 위에 무더기로 버려진 아메리카노의 빈 용기처럼 뒹굴고, 삶의 권태로 답답한 일상의 흐린 시야를 통해 삶의 희망, 활력, 용기, 의지 등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온갖 단어들을 끄집어내는 일은 작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나는 손에 든 수필 한 권이 부끄러워 이따금 주변을 살피고, 때로는 내 것이 아닌 양 벤치 위에 멀찍이 내려놓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좋아하는 이의 비애는 그처럼 사소한 것이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