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지난 일요일엔 온종일 비가 내렸지.
이런저런 문제로 고민이 많으신 할머니께서는 홀로 성당에 가셨고, 늦은 아침을 먹는 내내, 한없이 가라앉는 나를 느꼈었단다.
그래서일까?
너는 조용히 일어나 베란다로 향하더구나.
유리창에 길게 이어지는 빗줄기 너머, 네 시선은 도망치듯 아주 멀리 달아났었지.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거실에서, 오전내 너는 책만 읽더구나.
물끄러미 네 얼굴만 한참을 바라보았단다.
'아! 네 얼굴에 투영되는 그 고운 마음결이 어쩌면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나는 정말 감탄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