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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학원에서 잠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은 내 지나온 삶에서 특별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직 관인도 받지 않은 신설학원이었는데 강의 경험이 전무한 내가 맡은 과목은 수학이었다.(단순히 나의 전공이 경제학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신설학원에 초보 수학선생에게 배워보겠노라 찾아오는 학생은 드물었다.

3개월쯤 지날 무렵 내가 가르치는 학생도 적고 재미도 없고 하여, 나는 과목을 바꾸고 싶다는 의사를 원장에게 전했다.  원장도 수학을 강의하던 처지라 원생도 많지 않은데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는지 순순히 나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수학선생에서 영어선생으로 보직을 바꾸게 되었다.(단순히 어학연수를 다녀왔다는 이유 때문에)  내 강의가 좀 특이해서 그랬는지, 학생들을 편안하게 해준 때문인지 지금도 그 까닭을 자세히 모르겠으나 의외로 학생들은 한 달여만에 강의시간 전체가 마감되었다.  한 반에 10명 이상을 받지 않는 그룹과외 형태여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은 80명 남짓 된 듯하다.  그렇게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자 학생들이 다른 제의를 했다.  국어선생에게(국어담당은 여선생이었다) 논술 강의를 부탁했는데 한사코 거절한다며 내가 논술을 강의해 주면 안 되겠냐는 제안이었다.  나는 말도 안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학생들도 막무가내였다. 그러면 논술도 강의하는 다른 학원으로 옮기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난처한 입장에 몰린 나는 급기야 학생들의 의견에 굴복하고 말았다.  단, 여유시간이 없으니 주말에 통합수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렇게 나는 영어와 논술을 가르치는 조금 별난 사람으로 학생들에게 알려졌었다.(왜 학생들이 내게 논술을 부탁했는지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르겠다)

  오늘 내가 가르쳤던 학생에게서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개인 사정으로 학원을 떠난 이후로 전혀 소식을 듣지 못했던 학생이었다.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느라 힘들었단다.  지금은 대학을 휴학하고 군에 입대하여 첫휴가를 나왔다 했다.  학원 선생 중에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아부성(?) 멘트도 잊지 않았다.  그 한마디 말 때문에 나는 저녁과 가벼운 술을 사야 했다.  제대하면 다시 찾아 뵙고 인사 드리겠노라 작별 인사를 하는 학생(지금은 군인이지만)의 뒷모습에서 추억 한 자락을 낚는다.  다시 전화를 받게 되면 바쁘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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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neone91

    오래전에 알던 사람이 뜬금없이 전화를 해오면.. 반가움 보다는 저어하는 마음이 먼저 들던데.... ㅋㅋ 선생님께서도 조금은 부담스러우셨나봐요.... 헌데 그 학생도 대단하네요... 물어물어 전화해온걸 보면....^^*

    2009.08.22 01: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꼼쥐

    대부분 학생들은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내자랑?) 그 학생은 전화를 하지 않았어요..ㅎㅎ 아이들이 전화하면 반갑죠...

    2009.08.22 09:29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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