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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에 썼던 공책을 들춰보면 가끔 닭살 돋는 글들이 눈에 띈다.
전공과는 무관하게 낙서처럼 흘려 쓴 그런 글을 읽을 때면 감수성이 풍부(?)했던 시기니만큼 그러려니 하고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세월이 흐른 지금 빛바랜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 어쩐지 부끄럽고 어색하다.  그럼에도 굳이 이 글을 올리는 것은 내 나이 또래의 어느 분이 혹여 이 글을 읽는다면 ’아, 그땐 그랬었지’하고 옛 추억을 되살릴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내가 잠시 사귀었던 사람에게 헤어지며 썼던 글인 듯한데 지금은 그 얼굴마저 희미하다.
읽기 전에 미리 말씀 드리지만 닭살이 돋는 것은 각오하시라.  그리고 어색한 리듬과 다소 매끄럽지 못한 문맥이 곳곳에 보이지만 지금 와 수정하면 그때의 풋풋한 감정이 사라질 듯하여 원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사랑을 보내며

받았던 사랑을
돌려드립니다
당신께 있었던 사랑이
내게 와서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는
아쉬움은 없습니다
외려 짧아서 짜릿했고
그만큼 강렬했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곱게 포장하는 이 순간
주인을 찾아가는
당신의 마음이
패랭이꽃처럼 가녀리고
슬퍼 보입니다

있을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보내려는 이제사
참으로 고운 모습인줄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고운 사랑이
내게 와서 잠시
천덕꾸러기로 지냈습니다
뜰앞의 화분처럼
잘 가꾸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무심한 사람이라
타박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인줄
진즉에 알았더라면
제게 당신의 사랑을
보내지 않았을까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의 사랑을 탐내어
철없이 꾀어낸
제 탓입니다

오늘
주인을 찾아 떠나는
당신의 사랑을
잘 받았노라
기별을 주시렵니까?

제 안타까운 미련이

발목을 잡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잘 지내라는 인사도
하지마세요

당신은 예쁜 사람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빈 가슴에 찾아들면
깨끗이 잊었노라
처음부터 제게 
보내지 않았었노라
생각하세요

해거름에 둥지를 찾는
새떼처럼
당신의 사랑이
당신을 찾아 떠납니다

영영 이별인줄 알지만은
차마 그 뒷모습을
보지 못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당신의 마음 한곁에
저와 보낸 세월을
같이 보내지 못한 것입니다

그 시간은 제 가슴에 화인(火印)처럼 남아
두고두고
철없던 청춘을 질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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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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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goodchung

    글 솜씨로 그 당시 인기 많으셨겠습니다^^ 순수하고 풋풋한 마음이 그대로 보입니다~~

    2010.08.27 18:0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꼼쥐

      인기 없었어요.
      외골수, 답답한 사람이란 말은 많이 들었고 연애는 영 잼병이었죠.

      2010.08.27 18:10
  • coconut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 시절 감성이 마구 피어 오릅니다. 추천~

    2010.08.27 18: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꼼쥐

      코코넛님도 에전 추억을 떠올리며 포스팅에 올려주시죠. 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

      2010.08.28 13:18
  • 은이후니

    이런 멋진 별사를 받고 정말 아무 미련없이 떠나줄 여인이 어디 있을까 싶네요. 사랑을 보내는 이별의 노래가 아니라 사랑을 부르는 노래처럼 들리니 말이에요.

    2010.08.27 18:3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꼼쥐

      은이후니님 칭찬에 더 부끄럽네요.
      시에 일가견이 있는 은이후니님이 졸작을 칭찬하시니...
      아무튼 감사합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2010.08.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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