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과 은빛으로 무늬를 놓은
하늘의 수놓은 옷감이라든가
밤과 낮과 어스름한 저녁 때의
푸른 옷감 검은 옷감 내게 있다면
그대의 발 밑에 깔아 드리오리다만
내 가난하여 가진 것 오직 꿈 뿐이라
그대 발 밑에 내 꿈을 깔았으니
사뿐히 밟으소서, 내 꿈을 밟고 가시는 이여
-하늘의 옷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William Butler Yeats
이 시를 볼 때마다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의 노래>가 떠오른다. "가난하기 때문이 이런 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읊조리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아니 내가 하는 소리다. 가난하기에 포기해야 했다. 이제는 꿈조차 비천하여, 제대로 없는 나라면 그대 발밑에 무엇을 깔아야 할까. 돌아보면 포기의 연속이었다.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포기였다. 가지고자 할 수록 가질 수 없기에, 그것이 되려 너무나도 고통속에 몰아 넣었기에. 그래서 나는 포기하는 것을 택했다. 치열하게 투쟁하여 싸워서 쟁취할 수도 있었겠지만, 단 한 번의 좌절이, 실패가 나에게는 끝이었다. 마지막이었다. 그렇기에 신중해야 했다. 가지고 싶었던 수 많은 것들을 먹을 수 없는 신포도라 믿어야 했다.
나를 키운 팔할, 이제는 내가 된 팔할을 보며, 비천한 꿈을 떠올린다. 남은 이할에 기대를 걸어야 할 남은 생을 생각한다. 이할이라고 별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