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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eBook]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황부농 저/서귤 그림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인생에 꿈이 하나 있다면, 내 이름 석 자 박힌 그럴싸한 책을 쓰는 거다. 책의 종류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정하지 않았다. 다만 어디에 가서 그래도 이건 제가 쓴 겁니다 라고 말할 정도면 충분하다. 문제는 그런 책을 처음부터 써낼 수 없다는 점이다. 끝없는 습작과 노력, 그리고 여러 번의 출판 후에야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은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첫 작품부터 잘 쓸 수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책 한 권 내는 게 꿈이다.

여기에 부가적인 소소한 희망이 있다면 작은 책방을 하나 운영하는 거다. 책 한 권 쓴다는 꿈보다 상당히 구체적이다. 주제는 근현대사. 그럴싸한 이름도 지었다. 인테리어 컨셉도 같이 팔 물건도 정했다. 안에서 진행할 모임이나 이벤트의 방향성도 잡았다. 장소도 대충 봐뒀다. 가지지 못한거라면 용기.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은 그 무렵 눈에 띄었다. 이후북스의 책방지기가 책방을 운영하며 기록한 글이다.

사람마다 읽는 방향이 달랐겠지만, 책방에 대한 생각이 있는 나에게는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돈벌이와 재미 사이의 균형, 노동의 치열함을 깎아내리는 시선들, 책 속에 잠겨 살지만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삶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임을 절감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책방을 운영할 가능성은 있는지, 그 고난의 삶을 견딜 내공은 있는지. 저자처럼 난 그저 내 취향을 보여줄 뿐이다. p.250”라고 당당할 수 있는지.

더이상 종이책을 구매하지 못한다. 집에 책을 둘 곳이 없기 때문에. 이사를 자주해야 하는 숙명적인 상황에서 e-book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상황이다. 그래서 독립서점, 동네서점에 가기가 꺼려진다. 책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모르겠다. 현실적인 고민 앞에 늘 무너지는 나다. 개인사의 트라우마가 깊지만, 언젠가는 하리라. 그렇기에 이 책을 사는 걸로 이후북스의 사장님을, 그리고 나를 응원한다. 그때까지 파이팅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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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북스는 내 밥값을 벌기 위한 이윤 추구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재미는 없지만 이윤이 높아 하는 일도 있고, 돈벌이는 안 되지만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벌이는 일도 있다.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라고 내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 p.121

노동을 하는 모두에게, 즐거워서 시작했건 시작하고 나서 즐거웠건 간에, “그래 그럼 즐거웠으면 됐지 왜 투덜거리냐!”라는 말로 그들의 치열함을 깎아내릴 순 없다. p.123

저렇게 나이가 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이해하고 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신만의 관점들 가지면서도 포용할 줄 아는... p.163

멋대로 살았지만 인정받고 싶은 것처럼. 좋은 책을 읽으면 좀 더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책방지기가 되었나? 현저히 책 읽는 양이 줄고 있지만. p.177

책방이 항상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그건 아마 내가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다시 채우려 든다. 지금, 여기 빈 서가에 책을 꽂듯이. p.183

나에게 고마움은 어디에 있나? 주름 진 남방 세 번째 단추에 달렸나?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채우지 않으면 어설픈 모양새가 되는. 쉽게 떨어질 것 같지만 조금만 손쓰면 단단해지는. 꼭 움켜잡고 싶은 고마운 마음이 단추처럼 대롱대롱 달렸다. 매번 말하지 못하지만 항상 품고 있다. 고맙다. p.215

난 요즘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좋다. 세상에 정답은 없으니까, 정답은 너무 많거나 아무것도 아니다. 그건 흐르는 물과 같고 변화하는 계절과 같고 깨지기 쉬운 거울 같고 낡은 (p.228) 상다리 같아서 계속 찾아야 하고 고쳐야 하니까. p.229

이해는 안 되지만 시적인 일. 21세기에, 좁은 골목길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일. 물론 그런 여유를 즐기기 위해 난 새벽에 일어나 콩을 볶고 밤에는 과일청을 담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p.239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판매한다고 그들이 원하는 책을 구비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난 그들을 모르니까. 그들이 무슨 책을 원하는지도 모르니까. 난 그저 내 취향을 보여줄 뿐이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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