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끝없는 견딤의 연속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여잡은 유일한 단어는 ‘견뎌라’다. 아버지가 아프시니 네가 잘 견뎌야 한다. 가진 게 없으니 있는 걸로 잘 버텨라.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니 때가 올 때까지 버텨라. 무진장 버티고자 애쓰는 만큼 불안했다.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내 딛을 때마다 세계는 흔들렸고, 매 걸음마다 두려웠다. 세상은 건조해서, 손대면 부스러지는 마른 낙엽과도 같았다. 두 번째 기회가 있을까. 두려움에 떨었다. 나는 지나치게 연약했다. 매 고비마다 앞서 그 길을 지나온 사람들이 위대해 보였다. 매 순간 순간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위대함.
메마른 세상에서 두려움에 떨며 위태하게 버티고 살아가는 순간들. 존경하는 분께서 말씀하셨다. 삶은 버티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거’라고. 항변 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는 것도 제2의 기회,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오늘 내가 당장 죽을 듯 아프다면, 기다리고 견뎌내는 일은 고문에 지나지 않느냐고. 스테르담의 <견디는 힘>을 읽고서 그분께서 말씀하신 “기다림”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의 “견디는 힘”과 “기다리는 힘”은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저자는 견디기에 대해서 새로이 정의한다. “수동적”인 게 아니라 역동적인 “나의 선택”이며, 우리는 이 행위를 너무 하찮게 여기고 있다고. 나는 이것 하나만으로 이 책의 의미를 얻었다. 살아갈 용기. 어쩌면 이 용기를 가지고 때를 기다리며 버텨내는 것. 그것이 내가 존경하는 분께서 말씀하셨던 “기다림”의 의미가 아닐까. 지금은 상황 상 그 뜻을 여쭙지 못함이 아쉽다.
저자가 제시한 5가지 기술, 현재의 나와 마주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자기 확신을 가지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공부를 하라. 이 모든 이야기들은 지겹게도 들었고 보았다. 이미 많은 책에서 지겹도록 반복한 내용이다.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존경하는 분의 단 한마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줬기에, 만족한다.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으신 다른 분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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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는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역동적인 나의 선택이다! p.10
우리는 ‘견뎌내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하찮게, 지겹게 여기지는 않았나 묻고 싶다. p.11
마음이 불안정하다면, 그 현실을 서글퍼하기보다는 무엇이 나를 흔드는가를 직시해야 한다. 흔들리는 마음은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신호다. 그것은 (p.27) 분명 미래 또는 다가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걱정이다. ... 불안함이 뒤덮인 날들. 결국 나 자신을 면밀히 돌아봐야 하는 날들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p.28
‘왜’라는 의문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질문’은 인류가 문제에 닥쳤을 때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이겨내어 온 훌륭한 도구다. 이 생각의 도구가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흐름이 빨라지고 살기는 점점 각박해지다 보니 이젠 ‘왜?’라는 질문보단 ‘어떻게’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문제에 닥쳤을 때 문제의 본질보단 솔루션에 집착하는 것이다. p.62
그들은 하루아침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성공할 때까지 버틴 것이다. p.79
버티지 않으면 삶이 지속되지 않을 것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버텨야 삶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지속되니 버텨야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p.81
정체성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확립할 수 있다. 정체성은 ‘확정형’이 아닌 ‘과정형’이므로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p.141
뛰어남은 훈련과 반복을 통해 얻어지는 예술이다. 사람들은 반복해서 행하는 것의 결정체다. 따라서 뛰어남은 습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 p.142
속도는 관성을 내포한다. 현재의 속도보다 더 느려지면 불안이 창궐한다. 그러니 세상의 변화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p.192
시대의 변화는 ‘욕구’의 변화다. 즉, 욕구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시대의 트렌드도 변한다. p.197
우리가 만든 세상은 우리 생각의 과정이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p.206
‘견디는 용기’ p.230
할 수 있을 때는 즐기고, 해야만 할 때는 견뎌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p.231
견디는 힘은 결국 살아내는 용기다. p.231
‘사람’에 대한 배려는 사람인 ‘나’에 집중할 때 생겨날 수 있다. 남의 아픔을 공감하고 남의 불편함을 알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다. p.257
어떤 것에 흔들려 넘어지는 건 몸이 먼저다. 몸이 쓰러지면 마음도 쓰러지는 것이다. p.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