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군주는 단연 세종이다.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다음은 아무래도 정조가 아닌가 한다. 사도세자의 아들로 왕세손임에도 살해위협을 넘나들었다. 결국은 살아남아 개혁을 추진하고 백성을 사랑했던 왕으로 존경받는 모습은 뭇 사람의 감동을 유발한다. 1776년 3월 10일, 제22대 국왕으로 즉위하며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선언하는 모습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희열을 준다. 그는 개인적인 복수를 버렸다. 신하들의 공포심과는 달리 정조는 국가의 개혁과 백성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정조의 죽음을 아쉬워한다. 그가 추진한 대로 국가 개혁을 이루었다면 후일의 아픔이 조금은 덜했으리라는 기대감이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극복해 내지는 못했으나, 긍정적인 평가는 사극이나 영화의 주요 소재나 시대적 배경으로 자주 등장케 한다. 그만큼 정조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정조 전문가 김준혁 교수는 <리더라면 정조처럼>이라는 책을 통해 정조의 리더십을 소개한다. 앞서 말한 대로 정조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소개할만한 새로운 내용이 흔치 않다. 역사 매니아거나 정조에 대해서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인상깊을 얘기는 없다. 다만, 리더의 자질이라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정조의 모습들을 재분류해서 전달한다. 전체 7장 49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편 당 짧은 내용으로 구분되어 있어 하루 한 두 편씩 읽는 다면 한 달 안에 정조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정조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기에 이러한 시도는 필요하다. 다만, 역사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상은 실용서라고 보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49편을 만들다보니 세부내용에서 다소 반복, 중첩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한 사람의 일생이나 모습, 업적이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보니 불가피한 부분이다. 주역의 이야기를 활용해 49개의 꼭지를 만들어냈지만 그 꼭지를 채워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아닐까. 정조에 대해서 통합적으로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게다가 칭찬만 듣다보면 불쾌할지도 모르겠다. 정조 역시 위대한 인물임에는 분명하지만,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 그 역시 문체반정과 같은 역행을 거듭하기도 하는 등 조선의 전통적인 사상을 벗어나거나 극복하지는 못했음이 분명하다. 이런 부분은 아마도 책의 주제에 벗어나겠지만, 균형을 잡기위해서라면 반면교사로 라도 얘기가 나옴직도 할 부분이다.
리더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다. 시대마다 요구하는 유형도 다를 것이며, 사람마다 취할 수 있는 태도 역시 다르다. 성공적인 리더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성공’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이견이 존재한다. 게다가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고 그것을 인정해주는 시대에서 완벽한 리더는 존재할 수 없다. 정조와 같이 근면성실하고,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나다 해서 꼭 좋은 리더가 아님은 우리가 이미 수없이 경험했다. 중요한 건 방향성이 아닐까. 그 방향성의 진정한 모습은 수원화성을 축성하면서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없었(p.497)”다는 사실에 기대어 본다면,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의 의미를 되새겨 봄직하다.
거대한 형태의 문화재, 온갖 치장이 들어간 문화재만이 우리의 자랑이 아니다. 오랜 세월 만고풍상을 겪으면서 보잘것없는 모습이지만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문화재야말로 진정 우리의 귀한 문화유산인 것이다. p.448
“일은 완벽하기를 요구하지 말고, 말은 다 하려고 하지 말라.(p.232)”고 했던 정조의 말을 되뇌며 하루를 반추해보자.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리더로 살아가기에 어떤 방향성이 필요한지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함양은 바로 정양할 때의 공부이고 성찰은 바로 행동할 때의 공부이다. 그러나 본체가 확립된 뒤에야 행동할 수 있는 것이므로 학자의 공부는 당연히 함양을 우선으로 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함양만 중요한 줄 알고 성찰에 힘쓰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그러기에 덕성을 존중하고 학문을 하는 것 중 어느 하나도 버려서는 안 된다.”p.226
“사람을 쓰는데 도가 있으니 오직 단점을 버리고 장점만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눈앞에 좋지 않은 사람이 없고 천하에 버릴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p.229
“일은 완벽하기를 요구하지 말고, 말은 다 하려고 하지 말라.” p.232
정조는 자신의 행차를 단순한 행차가 아닌 행행幸行으로 규정했다. 국왕의 행차가 백성들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296
정치는 소통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정조의 비밀어찰의 핵심인 것이다. p.396
거대한 형태의 문화재, 온갖 치장이 들어간 문화재만이 우리의 자랑이 아니다. 오랜 세월 만고풍상을 겪으면서 보잘것없는 모습이지만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문화재야말로 진정 우리의 귀한 문화유산인 것이다. p.448
정조시대 화성 축성에서는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없었다. p.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