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했다. 리모델링을 놓고 참 많이 싸웠다. 나는 아껴서 다음을 노려야 한다, 배우자는 쓸 때 써야한다 였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배우자의 말에 힘이 더 실렸다. 거금을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공간이 바뀌자 삶의 질이 바뀌었다. 공간이 바뀌자 삶이 바뀐 것이다. 생각해보면 집을 고를 때 역시 많은 고민을 한다.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대형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며, 광장에 앉아서 사람들 구경을 한다. 우리는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그렇기에 부동산을 볼 때, 입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내 집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 공간들이 내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현준의 <공간의 미래>는 지난 저작들의 심화판이다. 최신 현상을 기반으로 공간의 의미를 좀 더 본질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지난 저작들이 건축과 공간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좀 더 강한 어조로 자신의 구상을 주장한다. 정부와 사회를 비판하며 다양한 규제 개선을 말한다.
특히 현재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부분이 눈에 띈다. “월세는 21세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작농이다.(p.287)”라는 주장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파트를 소유해 중산층으로 도약하기 위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전세 제도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의 이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꿈꾸는 자연스러운 삶이었다. 전세 제도는 소작농에서 자작농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전세조차 부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전세의 소멸이 정부 입장에서는 이득일지 모르겠지만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사다리가 끊어진 것으로 느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재능 기부는 사회 발전을 위해서 없어져야 한다.(p.331)”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당한 보수야 말로 발전과 혁신의 토대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든 사람(?)을 갈아서 거기서 뽑아내려고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적합한 전략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 사람을 갈아서 만든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과거의 전략은 우리에게 빠른 성장을 선물했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고도화되는 만큼 합당한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시스템은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p.196)”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가 시장을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다.
“시장 경제에만 맡겨 놓게 되면 향후 온라인 공간은 기술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저렴해지는 반면 오프라인 공간은 점점 더 비싸져서 일반 대중은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생활하고 오프라인 공간은 부자만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다. (p.263)”
이런 인식을 살펴보면 시장을 우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과 싸우지 말고 시장을 이용해야 한다.(p.305)“, 즉 이기심을 활용해서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 ”본능과 싸우지 않(p.311)“고 본능을 이용해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목적이 선하지 않더라도 결과는 선할 수 있는 법이다.
확실한 것은 그가 생각하는 공간이 사람을 규정하기에, 그만큼 공공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부자가 만들어지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복원될 수 있을까?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된다.(p.383)”는 결론은 그의 세계관을 살펴볼 때 이러한 고민의식은 자연스럽다. 사회 현상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공간의 본질적인 측면에 접근하는 사고의 흐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 재택근무, 종교 등 사회 현상의 변화는 공간의 변화를 이끌고 있고, 공간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뒤바꾸고 있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거나 중요한 사고의 흐름과 공간에 대한 관점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강한 비판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간의 주장들을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공간은 인간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간 구성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고, 우리를 지배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공간 구조가 바뀌면 권력의 구조가 바뀐다.(p.21)” 유현준이 생각하는 올바른 공간 구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지난 저작들과 함께 이 책을 읽어 봄직하다. 그간의 저작들이 생각들을 친절히 설명한 것들이라면, 이번 저작은 그의 생각을 현실에 좀 더 강하게 적용한 느낌이다. 유명 작가의 말대로 미래는 우리 안에 이미 와 있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한다면 어떤 공간을 만들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 속에 와 있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그의 강한 비판은 그런 마음에서 나왔을 거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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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사람간의 거리를 결정한다. 그리고 사람 간의 거리는 공간의 밀도를 결정한다. 공간의 밀도는 그 공간 내 사회적 관계를 결정한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바꾸었다. 가까웠던 사람들도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다. ... 사람 간의 간격이 바뀌자 사람 간의 관계가 바뀌었고, 사람 간의 관계가 바뀌자 사회도 바뀌고 있다. p.12
우리가 보는 많은 권력은 공간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시선이 모이는 곳에 위치한 사람은 권력을 가진다. p.20
공간이 만드는 사회 시스템이 주는 제약은 보이지 않게 사람을 조종한다. 이때 공간이 만드는 권력의 크기는 모이는 사람의 숫자와 비례한다. ... 사람에게 시간적, 공간적으로 자유를 많이 줄수록 관리자의 권력은 줄어든다. 따라서 코로나 이후 바뀌는 수업의 형태는 기존의 학교 건축 공간이 만들었던 권력의 구조를 깨뜨리게 될 것이다. p.20
재구성된 공간은 다른 형태의 권력 구조를 만들 것이다. ... 공간 구조가 바뀌면 권력의 구조가 바뀐다. p.21
이런 변화를 수동적으로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그에 맞게 공간 구조를 새롭게 구성하는 디자인을 할 필요가 있다. p.21
공간 디자인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p.22
발코니 확장은 우리나라의 소비를 확대시켰고 결과적으로 제조업을 활성화시킨 ‘공간적 촉매제’가 되었다. 소유할 제품이 늘어나면 소유한 실내 공간의(p.34) 크기를 키워야 하고, 공간의 크기를 키우면 다시 소유물을 늘리는 순환 고리가 된다. p.35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물은 태양광 발전 장치가 많거나 친환경 건축 자재로 지어진 건축물이 아닌, 기둥식 구조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이 건물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살아남을 수 있고, 신축을 안 해도 된다. p.58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예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공간을 많이 이용했다. p.68
횃불, 스테인드글라스, VR같이 어느 시대나 당대 최첨단 기술은 상상을 공간화시키는 데 사(p.69)용되었다. 이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p.70
무대에서 춤을 추는 아이돌은 고대의 제사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p.77
내가 만든 ‘공간과 권력의 제1원칙’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사람을 모아서, 한 방향을 바라(p.77)보게 하면 그 시선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창출된다.”(p.78)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바뀌면 플랫폼은 바뀌지만 시선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만들어진다는 법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p.87
무엇이든 낭비 할 때 권력자가 된다. p.91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동시에 하게 되면 권력이 생겨나고 공동체 의식도 만들어진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자주 모일 수 없는 여건 때문에 둘 중 하나만 가능한 종교도 있다. 유목 민족의 종교였던 이슬람교 같은 경우다. ... 장소를 정해 놓고 모이게 하는 ‘공간’ 규제가 불가능하다 보니 둘 중 하나인 ‘시간’만 규제했다. 대신 더 강하게 규제한다. ... 이들은 어디에 있든지 이 시간이 되면 메카를 향해서 엎드려 기도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 머릿속에는 메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예배당 공간이 그려지게 된다. 메카에 권력이 집중되는 공간적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p.94
전염병이 사회를 바꾸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건축물은 공간 구조를 만들고 그 공간 구조는 사람들 간의 간격, 밀집도, 규모, 방향성 등을 규정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간격, 밀집도, 규모, 방향성은 특정한 권력 구조를 만들어 낸다. 기존의 공간들은 권력을 만들기 위해서 간격을 줄이고, 밀집도를 높이고, 규모를 키우고, 방향성은 한 방향을 바라보게 만들게끔 진화해 왔다. 그런데 전염병은 모이는 사람들 간의 간격은 멀리 떨어뜨려야 하고, 밀집도는 낮추어야 하고, 규모는 줄여야 하고, 방향성은 흐트러뜨리는 식으로 기존 진화 방식과 반대로 가는 변형을 가져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권력 구조와 공동체 구조를 변형시킨다. p.96
교회는 신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모든 사람을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p.101
코로나는 우리에게 좀 더 본질적인 질(p.99)문을 하라고 도전하고 있다. 종교는 무엇인가? 학교는 무엇인가? 회사는 무엇인가? 종교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물음과 사유가 중심에 있다. 오히려 코로나는 종교가 더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기존의 종교 조직과 공동체를 통해서 행해지던 많은 구제 사업이나 봉사 활동들이 어떻게 대체될 것이냐는 남겨진 숙제다. p.100
21세기 선생님들은 20세기 화가들이 했던 고민을 해야 할 때다. p.108
재택근무는 공간이 만들었던 정직원 중심의 조직 구조를 해체할 것이고, 조직 구조의 해체는 노동자의 안전망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워에서 해방되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카페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은 업무 공간을 개인화시킨다. 이러한 개인화된 공간 체계는 조직을 쪼개서 개인으로 파편화시킬 것이고, 이는 일자리의 프리랜서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p.145
재택근무가 만들어 낼 세상은 회사 공간이 만들었던 조직 공동체의 보호막을 약화시킬 것이다. 정직원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사회보호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p.146
도시에는 공통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p.191
인간이 이렇게 이기적이기 때문에 소셜 믹스는 상대방의 배경이 어떤지 모르는 ‘익명성’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 공간 속에서 익명성의 소셜 믹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소가 공원, 벤치, 도서관이다. 이런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면 소셜 믹스가 된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긍정적인 소셜 믹스가 일어난 곳은 2002년 월드컵 때 시청 앞 광장이었다. p.193
도시 재생과 재건축은 바둑과 같다. 바둑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어디에 돌을 두느냐가 승부를 결정한다. 지금의 재건축 정책은 상대편인 개발업자에게 아예 바둑돌을 안 두게 만들고 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면 대화나 게임 자체가 시작이 안 된다. 검은 돌을 쥔 개발업자가 돌을 두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쥔 흰 돌을 어(p.195)디에 먼저 두느냐가 중요하다. 바둑의 고수는 중요한 적재적소에 정확한 순서대로 돌을 둔다. 그게 바둑에서 승리하는 법칙이다. ... 가장 좋은 시스템은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p.196
기술은 발전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다. p.204
역사에 남는 매력적인 도시들은 각기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독특한 패턴을 만들었던 사례들이다. 그러한 패턴을 연구하면 그들이 왜 한 시대를 장악하는 도시가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21세기에 맞는 고밀도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마치 좁은 반도체 안에 효율적인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는 것과도 같다. p.218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도시로 인구 이동은 완성된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제 LH가 해야 하는 일은 새롭게 택지를 개발하는 대신 기존 택지의 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p.223
정치에서 선거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제로섬 게임이다. 내가 표를 얻으면 상대방이 지고, 상대방이 표를 얻으면 내가 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정치가들의 선동에 세상을 지나치게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는 디자인을 잘하면 둘 중 한 명만 이기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답을 찾을 수 있다. p.226
시장 경제에만 맡겨 놓게 되면 향후 온라인 공간은 기술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저렴해지는 반면 오프라인 공간은 점점 더 비싸져서 일반 대중은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생활하고 오프라인 공간은 부자만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다. p.263
코로나 시대에 명품 소비로 백화점 매출이 올라갔는데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 물건 소비 대신 공간을 소비하는 것이 코로나 이전의 소비 패턴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 공간을 소비하지 못하게 되니 다시 물건 소비로 돌아가게 되었다. p.266
시간을 사용하여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면 그 공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살아남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힙지로’ 공간이다. p.270
클라우드 기업이 가상공간 부동산 건축업자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는 가상공간 건축 자재상이다. p.274
정치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자신의 인기와 권력을 만든다. 홍길동 같은 정치가가 많다는 것은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 등장한 아파트는 사회 계층 간 이동 사다리 역할을 했다. 아파트를 사는 것은 지주가 되고 중산층이 되는 길이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그런 사다리가 없으니 비트코인에 몰리고 동학 개미가 되고 주식 양도세에 분노하는 것이다. p.281
적은 돈으로 창업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 행정 소프트웨어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성이 만들어지고 경쟁을 통해 우수한 DNA가 살아남기 때문이다. p.284
월세로 사는 것은 내 부동산 자산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내 노동의 대가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대신 그 돈은 부동산을 소유한 누군가의 자산으로 축적된다. 월세는 21세기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작농이다. p.287
부동산이라는 공간은 플랫폼 비즈니스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과 관계가 늘어나고 그럴수록 가격은 오른다. ... 확률적으로 중심부의 집값은 계속 오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p.290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도 다른 의미를 가진다.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땅을 소유하는 사람, 즉 지주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아파트를 지어서 주택을 공급해 소유하게 한 것은 모든 국민을 지주로 만드는 혁명이었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나눠 주는 식의 피의 혁명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서 없던 자산을 창조해서 나누었던 진짜 혁명이었다. 실제로 현재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1970년대 우리나라의 아파트 조달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몇 퍼센트만의 양반만이 부동산을 소유한 지주였지만(p.291) 1970~80년대 대한민국에는 아파트 덕분에 다수의 지주 중산층이 생겨났고 근대화에 성공했다. p.292
근본적으로 우리는 국민들이 주택을 소유하게 해 줘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국민이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결국 부동산 자산은 정부 아니면 대자본가들만 소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 시대로의 회귀다. p.293
인간이 만드는 사회에서 권력은 쪼개서 나눠 가질수록 정의에 가까워진다. 돈은 권력이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은 권력이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다. 내 아이를 위해서 거대한 권력을 가진 정치가나 기업가가 착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부동산 자산이 나누어진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고 싶다. p.298
시장과 싸우지 말고 시장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도시와 주거를 업그레이드하는 우리 세대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p.305
정책 입안자들은 제발 이러한 근본적인 본능과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p.311
건강한 사회는 집을 소유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에게 집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회다. p.312
획일화가 되면 가치 판단의 기준은 정량화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집값, 성적, 연봉, 키, 체중 같은 정량화된 지표로 사람들을 평가한다. p.316
정(p.316)량적 가치관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나라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p.317
다양성을 키워 가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은 주거 형태의 다양성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물건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 가장 쉬운 것은 아파트 디자인을 다양하게 하면 된다. p.319
우리나라는 지방 자치제를 도입하고 있다. 적어도 건축 법규적인 면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자치법을 인정해 주어야 새로운 도시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p.327
재능 기부는 사회 발전을 위해서 없어져야 한다. 재능은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기부해야 하는 거다. 선배들이 재능 기부를 시작하면 이후에 재능 있는 후배들이 재능으로 먹고 살 수가 없어서 그 분야를 떠난다. ... 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는 무료로 일해 주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보수를 받고 그 일의 질을 높이고(p.331) 일의 결과물을 통해서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재능 있는 학생들이 그 분야로 더 들어오는 선순환이 된다. ... 재능 기부를 하는 선배들은 시장을 교란하여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p.332
건축은 디자인으로 쉽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분야다. 이는 어느 누구의 희생이 필요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익이 되면 내가 피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의 프레임은 정치가들이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지나치게 정치가들이 심은 제로섬 게임 시각으로 나누어져 있고 싸우고 있다. ... 적절한 갈등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사회는 붕괴한다. 어느 한 편이 이긴다고 해서 사회가 더 나아지지도 않는다. 주인만 바뀔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중은 그런 과정 중에 소비되고 이용되기 십상이다. p.362
어떻게 하면 새로운 부자가 만들어지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복원될 수 있을까?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된다. p.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