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나기라 유)
"누구보다 '나'를 미워하지만,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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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서열로 분류되지만
각각의 계층 안에 소용돌이치는 애증은 다 똑같다.
나는 의욕 없이 해초처럼 몸을 흔들며 그런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 있다.
정면돌파를 포기하면 하루하루는 조금 편하게 지나간다.
p_17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째서 인간은 어리석은 희망을 품는 걸까?
버리면 편해지는 일도 많을 텐데.
p_59
한 달 남았다는 선언을 듣고 지구보다 먼저
인간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법도, 상식도, 도덕심도,
싸구려 도금처럼 후드득 벗겨져간다.
ㅡ우리는 사실 이런 존재였나?
p_112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난 좋아하는 남자하고 함께 있을 거야."
"신지는?"
"술을 마시고, 맛있는 걸 먹고, 너 하고 잘 거야."
p_162
"지금은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앞으로 열흘밖에 없어.
슬프고, 무섭고, 최악이지만, 그래도 나는 조금 괜찮게 변한 것 같아.
세상이 그대로였다면 오래 살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런 마음은 모른 채로 죽었겠지."
p_276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갈 때 유키가 그렇게 말했다.
안녕보다 좋은 말이다.
p_279
모든 것이 과했고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멈춰 서서 생각하기란 불가능했다.
많은 문제들을 거의 처리하지 못라고 그저 급류에 흽쓸려 간다.
p_314
울고 나니 메말라 있던 몸속이 따뜻하게 온기를 되찾았다.
흙 속에 묻혀 겨우 살아 있던 뿌리에서 천천히 무언가가 솟아난다.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을 향해 뻗어가는 강인한 생명과도 닮았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봄은 돌아오지 않는다.
p_354
"그런 식으로 버티는 게 아닐까?"
"버티다니?"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잖아."
모두 침묵했다. 멍하니 그저 죽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건 견딜 수 없다.
그럴 바에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나,
무너지는 세상을 지탱하는 나, 그런 자부심으로 닥쳐오는공포를 포장하는 편이 낫다.
p_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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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이라는 주제로 주인공들은 황폐해진 도시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면서도 작은 희망들을 이야기 곳곳 보여주고 있다!
지구종말론은 어릴적부터 나도 들어 왔던 이야기여서
주제가 참으로 흥미로웠다!
그리고, 정말 지구가 멸망 할 위기에 처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달이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또 내 주위에 가깝다는 이유로 소중하지만 소홀하게 대하고 있었던
가족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훗날 후회가 되지 않도록 아끼고 사랑하며 표현을 많이 해야겠다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