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는 내가 고3 시기에 매우 좋아했던 책이다.
특히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길들이다'라는 표현을 알려주는 부분, 어린왕자가 사막의 장미밭을 향해 본인의 장미가 왜 더 소중한지 말하는 부분은 형광펜을 그어가며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12년이 넘은 지금에 어린왕자를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와 어떻게 다른 감상을 할까 나로서도 궁금했다.
그런데 고3의 나와 지금의 나는 영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번에는 거의 아무런 감동이 없었다.
추측하기로는, 고3에는 성인이 되기 직전의 불안하고 미성숙한 자신을 어린왕자와 동일시하며 순수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린왕자의 말들에 감동을 받으며 소행성에 사는 이상한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다.
이번에는 어린왕자보다 조종사에게 집중이 되었다.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뜬구름 잡는 어린왕자 옆에서 조종사가 탈수는 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여러 소행성의 이상한 어른들처럼 되고 싶진않지만, 어린왕자에게 완전히 동화될 수 없는 조종사가 현재의 내 모습 같았던게 아닐까.
라떼를 말하는 꼰대 상사가 싫지만 점점 세대차이를 느끼게 되는 신입사원도 사실은 싫은 어중간한 직급의 사회인이 나 일수도 있겠다. 이렇게 바뀌어버린 것이 약간은 슬픈일 일수도 있고 당연한 일 일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