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600쪽 가량의 책을 읽었다는 점이 뿌듯하다.
나는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책을 매우 선호하기 때문에 이 책이 재밌었다.
그 동안 승자의 관점(호모 사피엔스, 서구, 중상위층, 남성, 자유주의, 자본주의, 소비 낭만주의, 현대과학)에서 전해지거나, 미화되고, 세뇌시켰던 이야기들의 속살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농업혁명 이후보다 그 전의 수렵채집 생활이 더 다채롭고 자유롭다는 것을 설명하는 부분 등 양자를 비교할 때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반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요즘 나는 chatGPT, 엘론머스크, 애플 비전프로, 기후변화 등의 키워드를 접하면서 변화가 너무 크고 두렵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마지막장을 보면서 현재 내가 내린 결론이 있다.
과학자들이 신체 뿐 아니라 정신을 조작할 수 있기에, 현 인류보다 우월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가치판단의 부분이 아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았기에 네안데르탈인을 평가하듯이, 우월적 존재가 나타나면 우리도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농업혁명을 거스르고 수렵채집인으로 살기 힘들었듯이, 과학혁명은 거스를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이들이 가는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