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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하면 나처럼 ‘아프리카’, ‘축구’ 두 단어만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세네갈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 중의 하나로 우수한 작가나 시인, 영화감독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또한 세네갈 출신의 젊은 작가이다. 포르투갈, 영국을 거쳐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은 1960년 독립을 이루었지만, 현재도 내전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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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에서 저자 ‘모하메드’가 ‘디에간’이 되어 프랑스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엄청난 작품을 발표하고 표절 논란에 휘말리자 모습을 감춰버린 작품 속 ‘T.C 엘리만’(실존 인물 ‘얌보 우올로구엠’이 모델)을 그와 관련된 여러 인물의 회상을 통해서만 추적해 나간다. 끝내 디에간은 엘리만을 느낄 수 있지만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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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네갈 북부의 군사 기숙학교 2학년 재학 중이던 소설 속 주인공 디에간은 그 시대 세네갈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시인이란 꿈을 꾸며 시를 짓고 책을 읽는다. 우연히 알게 된 ‘T.C.엘리만’이라는 비운의 작가에 대해 호기심을 느낀다. 프랑스의 대학으로 진학해서도 T.C.엘리만과 그의 저서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에 대한 알 수 없는 갈증을 느낀다. 글이 잘 되지 않아 무작정 나선 디에간은 외설스러움으로 정직함을 전달하는 60대 세네갈 출신의 여성 작가 마렘 시가 D.와 우연히 만나고 그 우연은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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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 엘리만의 책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가 출간되자 프랑스 문학계에서는 엘리만에게 “흑인 랭보”라는 둥 “아프리카 흑인의 걸작”이라는 둥 뜨거운 반응을 보이지만, 프랑스인 교수의 한마디에 표절 논란에 휘말리게 된다. 실제로 여러 책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엮어 놓은 것이 맞지만,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 같은 충격적인 감동을 주었기에 엘리만은 분명 대단한 작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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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원래 약탈의 유희라고, 자기 책은 바로 그걸 보여준다고 대답했고요, 독창적이지 않으면서 독창적이기, 엘리만은 그게 바로 자기의 목표 중 하나라고, 문학은, 심지어 예술은 그렇게 정의될 수 있다고 했어요.」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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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D.는 디에간에게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를 주고 읽어보고 더 알고 싶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한다. 그 책을 단숨에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은 디에간은 결국 그녀를 만나러 암스테르담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시가 D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들려준 모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의 쌍둥이 형제 아산도 함께 사랑했던 모산, 그들의 이야기 끝에 엘리만이 등장한다. 그리고 전부 회수되어 그렇게 찾아도 구할 수 없었던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를 시가 D.가 어떻게 가지게 된 것인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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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마법 같기도, 말도 안 되는 미신 같기도 한 이야기들과 디에간의 작가 친구들, 표절 내용이 문제 될 것을 알면서도 출판해 준 엘리만의 친구이자 출판사 대표였던 샤를과 테레즈, 시가 D의 은인이자 친구였던 아이티 시인, 디에간의 유일한 사랑 아이다, 엘리만을 마지막까지 추적했던 평론가 브리지트 볼렘, 독일 장군 엥겔만, 분신 투쟁을 한 셰리프 등을 통해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인 작가’로서 가지게 되는 고민, 자신의 뿌리, 정체성에 대한 고민, 작가로서만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고충, 반유대주의, 전쟁에서 소모되는 식민지의 젊은이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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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이란 무엇이고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흑인 랭보”로 추앙받다가 하루아침에 표절 작가로 전락한, 그리고 사라져버린 미스테리한 한 작가를 소재로 540페이지의 스토리를 만들어 낸, 서로 거미줄처럼 얽힌 인물들을 통해 숨은 그를 건져 올리는 과정이 놀랍다. 책을 읽는 동안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기도 하고, 극도의 분노도 경험하고, 극도의 슬픔도, 안타까움도 함께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성적 문화의 차이로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