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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릴리스

[영화] 워터 릴리스

개봉일 : 2020년 08월

셀린 시아마

프랑스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2007제작 / 20200813 개봉

출연 : 아델 에넬,폴린 아콰르,루이즈 블라쉬르

내용 평점 4점





 

싱크로나이즈드 선수인 친구 안나를 응원하기 위해 수영장을 찾은 마리는 안나와 다른 팀 선수인 플로리안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만다. 그래서 그녀는 곧장 수영장에 등록하려고 하지만, 9월은 되어야 등록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실망한다. 하지만 마리는 포기하지 않고 우연히 마주친 플로리안에게 자신을 수영장에 들어가게 해주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플로리안은 마리를 무시하려다가 제안에 응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마리는 플로리안이 소문이나 겉보기와는 다르다는 사실과 그녀의 비밀 역시 알게 된다.

한편, 마리의 친구 안나는 수영장 샤워실에서 홀로 옷을 갈아입다가 갑자기 들어온 프랑수아를 마주하고 깜짝 놀라 굳어버리고 만다. 그 사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로 안나는 프랑수아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와 첫키스를 하는 게 목표가 된다.
그러나 프랑수아는 다른 아이들의 눈이 많은 파티장이나 수영장에서 수영부 최고의 인기 스타인 플로리안과 시시덕거리고 키스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 가뜩이나 마리까지 요즘 자신과 놀아주지 않아서 섭섭한 안나는 이래저래 기분이 처져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건 정말 느닷없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일어나는 것 같다. 그나마 마리는 싱크로나이즈드 선수인 플로리안이 경기 중에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사랑에 빠지게 됐지만, 안나는 옷을 갈아입으려다가 나체로 마주친 프랑수아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하필이면 그 순간에 마주친 것도 당황스러운데 이후에 그와 키스를 하는 게 목표가 됐던 안나를 보고 있자니 조금 황당하긴 했다. 보통은 자신의 알몸을 본 남자애를 피해 다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안나는 정반대로 그에게 완전히 꽂혀버렸기 때문이었다. 이후 등장한 안나의 에피소드를 보며 그녀가 조금은 엉뚱한 친구라는 게 느껴졌기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문제는 세 소녀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버린 것에 있었다. 마리는 플로리안을 사랑하게 됐고 안나는 프랑수아에게 빠졌는데, 프랑수아는 플로리안과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어 했다. 그리고 플로리안은 그런 프랑수아가 싫지 않은 듯 장난치는 걸 받아주며 키스를 하기도 했다. 그들 두 사람으로 인해 마리와 안나가 속이 뒤집어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마리와 안나는 그 두 사람에게 아직은 그 어떤 의미의 존재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바라보면서 속만 끓여야 했다.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게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 애와 스킨십이 하고 싶은 건지 확신하지 못해 바라보기만 하는 마리와 안나의 모습에 공감이 됐던 건, 나 역시 10대 시절에 좋아하는 사람의 근처를 맴돌았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의식하지 않아도 어느새 눈길은 그 사람을 쫓고 있고, 때로는 우연인 척 마주치고 인사하는 모습들이 처음 사랑에 빠졌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직접적으로 말을 하기엔 용기가 부족해서 바라보며 속만 끓이는 게 특히나 공감이 됐기에 조금은 씁쓸한 기분까지 느껴졌다.








 

이렇게 엇갈리는 관계를 마리를 중심으로 보여주며 너무 일상적으로만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플로리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제서야 영화의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의 것들을 처음 느끼고 보고 경험할 10대 아이들의 첫 번째 무언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이다. 첫사랑, 첫키스, 첫경험 등은 그야말로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 특별하게 취급되기도 하지만, 가까운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고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기 때문에 상상력을 양분 삼아 더욱 신비롭게 여기기도 하는 것 같다. 영화가 2007년에 제작되었고 그때라면 온갖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긴 했지만, 영화에서는 시대를 특정할 수 있는 그 어떤 흔적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소녀들의 욕망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에 관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느껴지게 만들었다.

영화의 후반에는 그녀들 각자가 기대했던 첫 무언가를 경험하고 난 뒤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뭔가 복합적인 감정을 안겨줬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첫사랑은 벅찬 기쁨과 모든 게 무너져내릴 듯한 슬픔이었고, 첫키스와 첫경험은 허무하고 때론 불쾌함을 남겼다. 상상하며 꿈꾸던 것들을 맞닥뜨렸을 때 만족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 특히나 영화 속에 등장한 그녀들처럼 처음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면 더욱 실망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녀들이 기대하던 첫 번째 무언가에 실망을 하게 되더라도 그게 좌절이나 회피 같은 부정적인 끝이 아닌 결말을 보여준 게 좋았다. 또래 아이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성인 남자의 욕망 어린 시선만을 받았던 플로리안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남자 따위 없어도 된다는 듯 말이다. 그리고 마리는 기대하며 쉽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 특별할 게 없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안나는 엉뚱한 그녀만의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나 통쾌했다. 가지고 논 데에 대한 그녀 나름의 복수였던 것 같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후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을 하나씩 찾아보고, 개봉작 역시 챙겨 보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는 감독의 데뷔작인데, 이때부터 여성 서사에 관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10대 소녀들을 중심으로 처음 하는 무언가에 대한 기대와 욕망을 순수하면서도 가감 없이 보여준 영화였다. 감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공감할 수 있는 면이 있었기에 흥미로웠다.

다른 몇 편의 영화에서 만났었던 아델 에넬의 10대 후반 모습이 영화 속 캐릭터인 인기 스타 플로리안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리고 처음 보는 두 배우 폴린 아카르와 루이즈 블라쉬르 역시 캐릭터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줘서 영화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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