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옥스포드 공작은 아내 에밀리, 아들 콘래드와 함께 적십자 구호 물품을 싣고 남아프리카로 향했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장군을 만나 방문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딘가에 숨어있던 적들이 영국군이 진을 치고 있는 막사에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그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공작은 깊은 슬픔에 잠겼고, 그 결과 아들 콘래드의 안전을 향한 강한 집착이 생겨났다. 10여 년이 흐른 뒤, 콘래드가 장성해 성인에 가까운 나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작은 아들을 그 어디에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어떤 집단이 전 세계를 위기에 빠뜨리고자 자신들의 세력을 여러 나라에 퍼트렸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위 후계자 페르디난트 대공이 프린치프에게 살해당하면서 위기의 조짐이 생겨났고, 이윽고 세르비아가 침공당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분쟁, 더 나아가서는 전쟁까지 불사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내를 잃고 유모 폴리, 집사 숄라와 함께 꾸려가며 아들 콘래드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옥스포드 공작의 비밀 조직이자 킹스맨의 전신이 있었고, 분쟁을 일으켜 전쟁을 하게 만드는 악랄한 조직 "플록"이 있었다. 대척점인 그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면서부터였지만, 그전까지는 과보호에 관한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 부자의 갈등을 먼저 보여주었다.
콘래드는 비행기를 조종하고, 숄라와 무술 연습을 꾸준히 하는 등 몸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을 정도로 장성했지만, 공작은 아들을 그저 어리고 보호해 줘야 하는 존재로만 여겼다.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하나뿐인 가족인 콘래드를 더욱 보호하는 것이었다. 콘래드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보호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앞장서서 싸우는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난 후 입대를 하기 위해 자원하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성인이 되려면 아직 조금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꼼수를 써서라도 전장에 나가 나라를 위해 싸우고 싶어 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전쟁을 조장한 알 수 없는 조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옥스포드 공작과 함께 러시아로 넘어가 라스푸틴에 대항해 싸우게 된다. 옥스포드 공작에게 콘래드는 언제까지나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아이였을 테지만, 아들은 어느새 자라 아버지를 지키는 존재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로 인해 옥스포드 공작은 아들을 인정하긴 했으나 입대만은 허락하지 않았는데, 아버지를 따르는 척하면서도 말을 안 들었던 아들은 결국 아버지 몰래 입대를 해 전장으로 향하게 된다. 정말이지 콘래드는 말을 너무 안 듣는 고집쟁이라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반대를 하는 건지 뻔히 알면서도 사명감에 사로잡혀 불구덩이로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가 갈등하는 사이의 반대편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실제 사건과 인물들의 개입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 결정적 원인인 페르디난트 대공 암살과 살인자의 존재, 독일의 야욕과 러시아, 영국, 미국 등의 눈치 싸움이 어땠는지 때로는 실제를 조금 비틀어서 보여주었다.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은 플록의 리더인 정체 미상의 악인이었고, 그의 수족들이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냈다.
플록의 존재를 알게 된 옥스포드 공작은 아직은 어떤 조직이라고 이름 부를 수는 없지만, 훗날 킹스맨이라 불리는 비밀 조직을 관리하며 세계의 평화를 추구했다. 처음엔 소박하게 유모 폴리, 집사 숄라와 함께했는데, 그들의 능력만큼은 천군만마 수준이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조직이라는 걸 보여줬다. 시리즈 1편에서 보여줬었던 킹스맨의 기원과 무기, 스테이츠맨에 관한 아이디어와의 연결을 발견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가 진행되어가면서 두 가지 반전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정말 깜짝 놀랐다. 그를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라 여겼는데 그렇게 퇴장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물론이고 영화 속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충격인 반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반전은 플록 리더의 정체였는데, 사실 이건 영화 초반부터 아리송하긴 했으나 그 배우를 그 캐릭터로만 활용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전의 주인공일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꽁꽁 숨긴 정체가 드러났을 때 그리 놀라지 않았었다. 그 배우가 누구인지 눈치를 챈 사람이라면 쉽게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말은 시리즈가 늘 그랬듯 권선징악이었다. 그 과정에서 옥스포드 공작의 열연이 펼쳐졌고, 백업을 맡은 폴리와 숄라의 활약 역시 적재적소에서 펼쳐졌다.
1편이 대성공을 거두고 2편이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겨줘서 이번 영화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이왕 시리즈를 봤으니 챙겨봐야 한다는 마음에 보게 됐는데,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비밀 조직 킹스맨의 기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았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같은 날 개봉한 다른 영화를 먼저 봤는데, 너무 실망했을 만큼 재미가 없어서 뒤이어 본 이 영화를 상대적으로 재미있게 본 것도 있다.
이전 시리즈와 눈에 띄게 달랐던 건 총보다는 칼을 활용한 액션이었다. 배경에 따라 액션 스타일이 조금 달랐다고 느껴졌는데, 특히 러시아에서 라스푸틴과의 액션 장면은 음악부터 액션까지 뭔가 러시아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액션이 여러모로 색다르게 다가온 시리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