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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

[영화] 램

개봉일 : 2021년 12월

발디마르 요한손

/ 공포,호러 / 15세이상관람가

2020제작 / 20211229 개봉

출연 : 누미 라파스,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

내용 평점 3점





 

강이 흐르고 산으로 둘러싸인 외딴곳에서 마리아와 잉그바르 부부는 양을 치고, 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언뜻 평화롭고 단조롭게만 보이는 부부의 일상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슬픔에 잠식되는 건 이미 지난 일인 듯, 부부는 일에 몰두하며 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밤이 지나고 난 후, 출산이 임박한 암양 한 마리가 마리아를 보며 도와달라는 듯 울부짖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언제나처럼 새끼를 받아내는데, 태어난 것은 어미를 닮은 양이 아니라 양의 머리에 사람 몸을 가진 존재였다. 양이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는 존재를 마리아와 잉그바르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였고, 이내 자신들의 자식처럼 집안에서 키우기 시작한다.








 

양의 머리와 사람의 몸을 가진 생명체의 탄생이라니, 정말이지 기겁할 일이었다. 그런데 마리아와 잉그바르는 처음엔 살짝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서로 마음이 통한 것처럼 보였다. 이 존재를 어떻게 할지 두 사람은 눈빛으로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시기에 말구유는 아니지만, 그래도 구유가 있는 양의 우리에서 태어난 존재이니 신의 선물이라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부부에게는 아다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으나 어떤 이유로 너무 일찍 떠나보냈기에 이 존재가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존재를 죽은 딸의 이름인 아다라고 부르며 딸처럼 키우기 시작했다. 딸이 세상을 떠난 후 축사 한구석에 두었던 아기 침대를 꺼내 부부 침대 옆에 두고 아다를 보살폈고, 마치 아기에게 그러듯 담요로 돌돌 싸서 품에 안고 다녔다. 아다는 사람과 양의 혼종이지만, 성장은 양과 같은 듯 금세 자라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자 사람처럼 옷을 입혔다.

여기까지 오기 전, 아다를 자신들의 아이라고 인정한 마리아, 잉그바르와는 달리 그들 부부가 키우는 동물들은 좀처럼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똑똑한 양치기 개는 낯설고 기이한 존재를 본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고, 집안에서 키우던 고양이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들은 사람 말을 알아듣게 길들여진 동물이라 아다에게 어느새 익숙해졌다.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개, 고양이와는 달리 양은 길들인다고 보기엔 어려운 동물이라 그들 부부, 특히 마리아를 괴롭게 했다. 아다를 낳은 어미 양은 자신의 새끼를 영문도 모르고 빼앗긴 입장이라 어떻게든 하소연을 해야 했다. 축사를 나와 새끼를 데려간 부부의 집을 찾은 어미 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새끼의 모습에 애처롭게 울기만 했다. 모성애를 가진 어미 양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안타깝게도 아다를 향한 비틀린 모성애가 생겨난 마리아의 신경을 건드리고 말았기에 어미 양은 총에 맞아 죽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손님이 우연히 그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는 잉그바르의 형 피에튀르였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이 영화에 대한 후기를 대충 훑어보니 성경과 관련해 해석되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나는 종교가 없고, 성경 또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종교적으로 풀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보고 느낀 대로 해석해 봤다.

잉그바르의 형 피에튀르가 나타난 이후 영화의 분위기가 조금은 긴장감 있게 조성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아다를 자식이라 여기는 부부의 나름 평화로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피에튀르가 부부의 집 근처에 나타난 이후 마리아는 어미 양의 울음소리가 유난히 거슬리게 느껴졌기에 자다가 문득 일어나 양의 머리를 총으로 쐈다. 그러고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고 가 땅에 파묻었다.
이 모습을 피에튀르가 뒤에서 목격했고, 축사 한구석에서 자다가 잉그바르에게 발견되어 집으로 들어가 아다와 처음 마주하게 된다. 아다를 자식이라 여기는 동생 부부의 앞에서 차마 뭐라고 하진 못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긴 했으나 속으로는 제정신인가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이상한 상황의 원흉인 아다를 밤에 몰래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가 죽이려고 하는데, 그건 마치 마리아가 어미 양을 죽이던 것과 같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새끼 양의 얼굴을 한 아다의 순진무구한 눈망울에 피에튀르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동생 부부처럼 아이로 인정하게 된다.

마리아는 죄를 지어 손과 얼굴에 피를 묻혔고, 피에튀르는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다는 점이 달랐다. 등장했을 때부터 조금 껄렁한 구석이 있던 피에튀르가 의외로 아무런 일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이 예상을 벗어났다. 그런데 어미 양을 죽이고 아다를 죽이려던, 우연히 비슷한 구도가 된 이 두 상황이 결말에 등장한 반인반수와 연결되는 듯했다.
피에튀르는 갑작스레 버려져서 동생 부부의 집에 오게 된 거라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잉그바르의 옷을 입고 그 집에 머물며 일을 돕는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터 트랙터가 고물이라고 했었고 한 번 고장이 났다가 잉그바르가 고쳤었는데, 영화 중후반에 피에튀르가 아다를 데리고 트랙터를 타고 나갔다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바람에 버려두고 집까지 걸어오게 된다.
형제가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수염, 옷차림)이 반인반수의 눈에는 헷갈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동물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기듯, 양의 머리를 가진 반인반수의 눈에도 형제가 비슷해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교배한 어미 양을 죽인 마리아가 소중히 여기는 존재인 남자와 아다를 빼앗아가려던 게 목적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 시각에 마리아는 피에튀르를 배웅하기 위해 버스가 다니는 길목까지 함께 갔으니, 집에 남은 건 잉그바르였고 그 성실한 사람은 트랙터를 고쳐서 가지고 오기 위해 아다와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하게 됐다. 마침 돌아온 마리아는 총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집을 나섰는데, 반인반수와 아다의 흔적은 보지도 못한 채 처참하게 죽은 남편을 끌어안고 자신의 죄가 이렇게 돌아왔다는 걸 느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으로는 영화 중반에 얼어붙은 호수에서 양치기 개와 함께 아다를 부르며 찾는 꿈을 꾸는 잉그바르의 모습을 보며 다른 생각도 들었다. 잉그바르가 찾던 아다는 죽은 딸이었고, 그의 잘못으로 딸을 잃었기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갔다. 그러다 마리아가 원하는 대로 어미 양에게서 태어난 어린 반인반수를 자식으로 들였다.
그런데 이 일을 피에튀르, 마리아와 연결 지으면 또 다른 뉘앙스가 됐다. 피에튀르가 은연중에 마리아에게 치근덕대며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둘 사이에 잉그바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리아와 피에튀르의 사이가 남다르게 좋았을 때 혹시 아이가 생긴 건 아닐까 싶었다. 잉그바르는 그 사실을 모르고 태어난 딸 아다를 키우다가 잃었고, 어미 양에게서 태어난 반인반수 아다 역시 키우다가 죽임을 당하고 빼앗김으로써 다시 한번 잃게 됐다. 이렇게 생각하면 잉그바르는 정말 불쌍한 사람이 되고 만다. 제 자식도 아닌 뻐꾸기 새끼를 애지중지 키운 아버지가 되니 말이다.

어떤 해석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봐도 영화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잉그바르였다.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그 어떤 이상한 낌새나 나쁜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고 착하고 순한 사람이라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독립 영화 제작사 A24가 만든 작품이라 궁금해졌고, 예고편을 접한 이후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보고 나니 상당히 난해했던 영화였다고 느꼈다.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작품인데 그 해석의 바탕이 된다는 성경을 모르니 그저 보고 이해한 대로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시간 개념이 굉장히 모호했다. 보편적인 어두운 밤이 거의 없었고 백야 현상이 대체로 이어져 낮과 밤의 경계가 불분명해 신비롭고도 기이하게 느껴졌다. 영화의 분위기에 한몫한 것 같다. 그리고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배경에 짙은 안개가 더해져 스산한 느낌을 제대로 줬다.

굉장히 독특한 영화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듯하다. 나는 보통으로 봤는데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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