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중남미에 출장이 잦았던 지인을 보니, 그 곳은 1회 이상 경유해서 가야하는 통에 아무리 짧아도 꼬박 24시간 이상 써야 닿을 수 있는 머나먼 곳이었다. 여행시 만났던 생물학과 교수 부부는 갈라파고스 군도에 가기 위해 3,000만원을 목표로 적금을 드는 중이라 했었다. 다른 대륙으로의 여행도 마찬가지긴 하나, 중남미 여행을 떠올리면 왠지 큰 결심하고 목돈을 모아 긴 휴가를 내서 떠나야 할 것 같다.
‘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박정훈,김선아 글, 사계절출판사 펴냄)’는 표지 그림부터 매력적이다. 쿠바의 트리니다드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림 안에 자리 잡은 거리의 원주민들, 마라도나 포스터, 라마를 끌고 있는 판초 입은 사람, 탱고 댄서, 타코 트럭 등이 라틴아메리카의 주인공은 ‘나야, 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역사 분야로 분류되어 있으나, 라틴아메리카의 사회, 정치, 예술, 종교 등 역사 외의 부분도 두루 살피고 있다. 구성은 총 3부로 아래와 같이 나뉘었다.
1부 혼혈, 구릿빛 피부의 사람들 - 사람과 사회
- 라틴아메리카의 다양한 인종의 구성 과정, 고대 문명, 음식
2부 엘도라도에서 혁명의 나라로 - 정치와 경제
- 유럽의 식민지에서 독립 국가로의 과정
3부 인생은 곧 카니발 - 문화와 예술
- 문학, 춤, 스포츠
글 중간마다 설명을 보완할 사진이나 그림이 들어가 있어 마치 여행책을 읽고 있는 것처럼 흥미롭고, 자세히 설명할 부분은 박스 설명을 따로 삽입했다. 개인적으로 2부의 식민지 역사 부분은 매우 공감하며 읽었다. 유럽의 식민지(植民地)가 되어버린 자신들의 땅에서 식민(蝕民)의 모습으로 고생하는 원주민들이 우리 조상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구성만 보면 지루할 것 같지만, 학창 시절에 접했던 지리나 세계역사 교과목 정도의 교양 상식 수준이다. 그러나 이 한 권을 정독한 것만으로도 경제적으로 어렵고 고대 문명이나 열대 농작물 외엔 내세울 것이 없는 땅이라고 치부한 내 자신이 한심해진다. 특히 라틴아메리카로 여행갈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가기 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라틴아메리카를 더 잘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