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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도서]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이진 코드로 설명 가능한 전공을 공부하던 나는 시험 때마다 교양 과목에서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없었다. 내 답안의 질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양적인 면에서는 언제나 필패였다. 법학 전공 친구에게 한풀이를 했더니, 애초에 게임이 안 되니 포기하란다. 자기들은 입학 후부터 주어진 시간 안에 8절지 5~6면을 꽉꽉 채우는 훈련을 받아왔다면서 말이다.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 글, 문학동네 펴냄)’은 현직 부장판사가 쓴 글이다. 현재 jtbc에서 방송 중인 법정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극본도 집필했다고 한다. 모 일간지에 컬럼을 연재하면서 이렇게 책까지 엮게 된 듯하다. 직장 생활 하나만으로도 벅차하는 많은 이들을 봐왔기에 그의 행보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작가는 개인주의자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본인이 몸담은 조직이나 사회보다는 나의 생활과 나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선언 중이다- 어디까지나 선언일 뿐 ‘간절히 개인주의자이고 싶다’의 속내가 아닐까 하고 나는 해석했다. 덧붙여 우리 모두가 합리적 개인주의자로서 살아가다 보면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바람을 읽었다.

 

 

현대의 합리적 개인은 자신의 비합리성까지도 자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합리적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개인주의는 각자도생의 이기주의로 전락하여 결국 자기 자신의 이익마저 저해할 뿐이다. 자기 이익을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양보하고 타협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 합리성이다. (본문 p.27)

 

합리적 개인주의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 사회적 연대와 공존한다. 자신의 자유를 존중받으려면 타인의 자유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톨레랑스, 즉 차이에 대한 용인, 소수자 보호, 다양성의 존중은 보다 많은 개인들이 주눅들지 않고 행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본문 p.37)

 

무엇보다 서구 민주주의는 인간성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하고, 권력자를 철저히 불신해 권력을 분리하여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사고방식 말이다. (본문 p.103)

 

요즘 인터넷에서 ‘선비질’이라는 용어가 횡행한다. ‘선비’가 모멸적 용어인 세상이다. 위선 떨지 말라는 뜻이다. 속시원한 본능의 배설은 찬양받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위선과 가식으로 증오받는다. 그러나 본능을 자제하는 것이 문명이다. (본문 p.133)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본문 p.136)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코끼리를 먼저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과 맞서 싸우기보다 슬쩍 다른 길로 유도하는 방법을 택했다. 거창하고 근본적인 해결책만 고집하지 않고 당장 개선가능한 작은 방법들을 바로 적용했고, 작지만 끊임없이 균열을 일으켰다. (본문 p.163)

 

유토피아는 믿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뿔뿔이 흩어진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 하고 가만히만 있다보면, 상상보다 훨씬 나빠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스스로 공동 구매하지 않으면 강제배급받게 될 테니 말이다. (본문 p.194)

 

누가 당신에게 이익을 주고 누가 당신에게 손해를 끼치는지 정신차리고 보아야 한다. 내부고발자가 시민 이익의 대변자로 보호받아야 권력자들이 긴장한다. ·····중략····· 인간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감시다. (본문 p.213)

 

  

   여기 법정의 위엄 있고 서늘한 분위기의 판사 영감이 아닌, 담대한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변화할거라 굳게 믿고 소망하는 가슴 뜨거운 아저씨가 있다.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이 “그렇게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인데, 이래 가지고는 미래에 내 지분을 주장하기 힘들 것 같아 유감(有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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