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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도서]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김미중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아파트에 입주한지 10년째다. 나에게 관리사무소는 가깝지만 먼 곳이다. 무슨 일이 생겨 직접 방문한 일이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나서 CCTV를 확인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CCTV를 보기 위해서는 열람 대장에 내 이름을 기재해야 하는데, 오전11시 밖에 되지 않은 시각이었는데도 나보다 먼저 들른 이들이 이미 여러 명이었다. 1000여 세대가 사는 이 작은 공간에서도 CCTV를 확인해야 하는 이벤트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김미중 글, 메디치미디어 펴냄)’는 20여 년간 8개의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한 이의 경험담 모음집이다. 책 속에서 여성 불모지 같은 관리소장직에 도전하면서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자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진상 입주민의 대거리에 현명하게 처신하는 능력 있는 해결사의 모습도 만날 수 있으며,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우리네 이웃 같은 모습도 마주칠 수 있다.

 

원래 아파트란 게 이렇게 피해를 받기도, 주기도 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나 다 장단점이 있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주거형태를 선택해서 살아간다. 아파트를 택한 사람들은 이런 점도 염두에 두고 선택한 것이므로 서로 주고받는 피해를 이해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본문 p.80)

 

자칫하면 나무가 쓰러져 3층 세대의 유리창을 깰 것만 같았다. 부랴부랴 지주목 한 개를 추가로 세우려고 했지만 태풍 때문에 사다리도 올라가지 못할 상황이었다. 방법은 하나였다. 인간 지주목. 나무를 끌어안고 제발 넘어지지 말라고 애원했다. (본문 p.199)

 

“똑같이 심은 콩도 하나는 더 빨리 자라고, 다른 하나는 더 느리게 자라요. 키가 모두 똑같지 않고, 맺는 열매의 크기도 다 다릅니다. 인터폰 어댑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략⋯⋯” 아파트 정전. 온 단지가 어둠에 잠길 때 우리의 인성과 인내심이 드러난다. (본문 p. 239)

 

   책을 덮고 난 뒤, 나 역시 생각해 본다. 맑은 날 베란다 물청소를 해대서 우리 집 베란다로 구정물 들이치게 한 그 분을 용서하자. 귀가가 늦으신지 꼭 밤늦게 임재범의 ‘고해’를 열창하던 그 분을 용서하자.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되지만, 창밖으로 고춧가루를 투하하여 우리 집 실외기를 고춧가루 범벅으로 만든 그 분을 용서하자. 밤늦은 이 시각에도 안마 의자를 사용하시는지 두두둥 규칙적인 소음을 만들고 계신 그 분을 용서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리소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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