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김현수 글, 해냄출판사 펴냄)’의 겉표지에 책 제목을 수식하는 말은 이러하다.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요즘 아이들. 자녀를 양육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이것저것 관련 서적들을 들춰봤던 부모들이라면 이 책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이런 책에 참신함의 잣대를 들이대는 내가 속물 같지만, 책 소개 글에 분명히 청소년들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를 당겨줄 점화술이 있다고 했단 말이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엄마 심리 비즈니스의 월척은 결국 나인 것 같다.
나 역시 양육자의 입장이 되어 보니 부모 생각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걸 절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양육자로서의 나와 내 자녀의 관계보다는, 청소년기의 나와 부모님의 모습을 더 많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내 부모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됐고, 그렇다면 앞으로 부모로서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고생은 죽도록 시키고 인정은 해주지 않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데, 변변치 않아서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를 잘 만난 아이들이 부러운 것은 숨길 수 없습니다. (본문 p.39)
조부모, 부모 세대는 저성장 사회, 계층 이동이 없는 사회, 양극화 사회, 기울어진 사회를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서를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다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질서의 변화에 대한 희망의 증거가 생기거나 만들어지는 경험을 하지 않는 한 청소년과 청년들의 새로운 움직임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본문 p.61)
‘자식’을 출발로 하여 ‘공부’ ‘학벌’ ‘좋은 직업’으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프로젝트 수행이 우리 인생의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정말 힘들어합니다. 전능한 엄마들이 주도하는 일련의 거대한 평생 프로젝트, 엄마 심리 비즈니스(불안한 엄마들을 대상으로 불안을 자극하여 만들어지는 다양한 심리, 학습 관련 프로젝트들)가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큰 비즈니스 중 하나입니다. (본문 p.108)
자신 스스로에게 풀어야 할 화를
우리들에게 줄곧 내고 있는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 때문에
화가 더 난다. (본문 p.181)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 보면 젊은이들에게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라는 광고 멘트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일본으로 가라고 하더니, 요즘엔 또 다른 나라로 가란다. 치열하게 스펙 쌓기에 매진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국내에서 희망찬 미래와 꿈을 펼칠 방안을 제시하지 못 하고 나가라고 등을 떠밀고 앉아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나라와 기성세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어른다운 어른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이끌어 주어야 그 아이들이 희망 난민이 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