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일제강점기, 중학교 진학을 앞둔 평범한 6학년 학생인 영수는 장난삼아 썼던 ‘행운의편지’ 때문에 마음이 너무나 불편하다. 편지글에 ‘조선이 독립됩니다’라는 문구를 하나 넣었을 뿐인데, 몇몇 마을 사람들이 경찰서에 끌려가고 신문에도 보도되고 애국 조회 시간에 교장 선생님의 훈시에도 등장한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이제 진짜 ‘독립군’의 마음을 갖게 된 영수는 과연 들키지 않고 조선의 독립을 염원하는 ‘행운의편지’를 널리 퍼뜨릴 수 있을까?
'위험한 행운의 편지(이지수 글, 송효정 그림, 별숲 펴냄)’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동화책이다. 행운의 편지란 원래 책 속에 등장하는 영수 어머니의 말씀마따나 답장을 쓰자니 쓸데없는 짓 같고 그렇다고 안 쓰자니 찜찜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니? 겉표지에 그려진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긴장감과 불안함이 엿보여 나까지 덩달아 몸을 곧추세워본다.
‘행운의편지’라는 소재 외에도, 일제감정기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알 수 있는 상황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책을 읽는 초등학생들은 역사책을 접하는 기분도 들지 않을까 싶다. 100년 전에는 수업료를 내고 학교에 다녀야 했고 중학교도 가정 형편에 따라 진학 여부가 결정됐다. 일제강점기에는 등하교시 봉안전을 향해 절을 해야 했고, 일본 천황을 모시는 신궁에 참배도 가야 하고, ‘국어’라고 칭하는 말은 당연히 일본어로, 학교에서는 일본어에 능숙해야 선생님께 혼나지 않았다. 조선 사람이면서도 ‘조선의 독립’이라는 말은 불온한 말이어서 절대 입에 올릴 수 없는 말이었다.
나와 같이 이 책을 읽던 우리집 초등 고학년 어린이가 “과연 이런 상황에서 마음 편히 살 수나 있을까요?” 하고 묻는다. 진짜 타임 워프 같은 게 있어서 일제강점기로 가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눈치다.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조선의 독립’이라는 소원이 쓰인 ‘행운의편지’를 배달하는 모습에서 아주 먼 옛날 조상님들만의 얘기가 아닌, 어딘가 살아있을 또래들의 이야기로 와닿은 듯하다. 암울하고 슬픈 역사지만 그 또한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시간이기에 더욱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라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