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우메다 슌사쿠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은 표지부터 매력적이지 않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우리 학생들도 그런가 보다. 아무도 읽으려 하지 않는다. 학생들이라면 으레 좋아할 글자 없고 그림이 많은, 엄청 헐렁한(?) 책인데 말이지.
일본인 작가가 이지메를 소재로 쓴 책이다. 주인공인 ‘나’가 동급생의 이지메 당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괴로워하다, 이지메 당사자가 졸업식도 못 하고 전학 가버리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바른 말을 하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과 끝내는 내용이다.
요즘 초등 5학년 정도면 아이들의 신장은 이미 성인 수준을 맞먹고, 어디서 듣고 보고 아는 것은 많아서 어른들의 안 좋은 것들은 빨리 흉내 낸다. 일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진의 향기를 풍기고 싶어하는 무리들도 생기고, 그런 그들을 보며 지레 작아지는 아이들도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이 왜 3~4학년용으로 분류되었는지 의아하다. 내 판단에는 또래 집단에 몰입하는 5~6학년 형님들이 봐야 공감하고 이해할 책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 보자. 나는 과연 치카코 같이 맞설 수 있는가? 내 자녀에게 그러라고 조언할 수 있는가? ‘이봐요~,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나?’ 라고 자위하며 뒤로 슬쩍 빠지는 인간이 내가 아니라고 말 못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히긴 해야 한다. 주인공처럼 새 인간이 되길 바라서가 아니라, 생각은 좀 달리하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