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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밍 시그널 calming signals

[도서] 카밍 시그널 calming signals

투리드 루가스 저/다니엘 K.엘더 역/강형욱 감수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만약에 6년 전 처음으로 반려견을 맞이한 그날로 돌아갈 있다면 그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강아지들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반려견에 대해 워낙 무지해서 한 달 사이를 두고 우리 집에 들어온 두 마리 수컷 개들의 사회성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주지 못했다. 둘은 철망을 사이에 두고 가끔 으르렁 대거나 가끔 서로를 핥고, 대부분 무심하다. 주인이 집을 비우면 많은 시간을 잠에 빠져있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게으른 걸음으로 견사 앞까지 나와 살피다가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면 심드렁한 눈빛을 보낼 뿐이다.

 

 

이렇게 둘의 사이가 나빠진 데는 개에 대해 잘 몰랐던 우리의 잘못이 컸다. 개들이 만1년이 됐을 때 서로 싸움이 잦았다. 그 당시 개가 보내는 신호에 대한 정보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때만 해도 개는 서열동물이고 주인이 개에게 밀리면 안된다는 말만 들릴 때였다. 분명 우리에게 보냈을 개의 카밍 시그널을 알아채지 못하고 일관성 없이 개들을 대하다보니 주인의 관심을 차지하려던 개들이 사납게 싸우기 시작해서 결국 견사 둘에 나눠 살게 된 것이다.

 

어느 때 부턴가 견주라는 말대신에 보호자라는 말이 나오더니 반려인과 반려견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입에 붙게 되었다. 강형욱이라는 개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방송에 나오고나서 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 것은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개의 입장에서 개의 행복을 위해 사람이 봉사해야한다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주장을 용감하게 하던 사람이 강형욱 훈련사였다. 강 훈련사가 말하는 내용이 대부분 이 책에 나와있다. 노르웨이의 동물 훈련사와 우리나라 개 훈련사가 가지고 있는 관점이 많은 부분 닮아있었고, 따로 인연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강 훈련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이 책에 나와있는 많은 사진들은 강 훈련사 측에서 제공한 것이어서 낯설지 않았다.

 

사람이 언어로 소통한다면 개들은 몸짓으로 더 많이 소통하고 있다. 한 집에서 살아가는 개들이 내게 보내는 신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개들에게 복잡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개의 몸짓을 이해하라고 권하는 것이 이 책을 쓴 저자의 마음이었다.

 

이 책은  나처럼 개들의 소통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참고서 역할을 해준다. 개들이 보내는 신호를 보호자들이 알 수 있다면 반려인과 반려견 모두 훨씬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집 개들은 내게 등을 보이고 앉는 걸 좋아한다. 이럴 때 나는 등을 쓰다듬어 주거나 진드기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때론 따뜻한 개의 등에 내 몸을 밀착시켜보기도 한다. 그러면 개들도 대부분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놔둔 채 편안해한다. 하지만 억지로 오라고 하면 고개를 돌리는데 이때는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개의 입장을 이해하는 거라는 내용이 마음에 남는다. 내가 부르면 언제라도 내 곁에 앉기를 바라는 마음은 순전히 내 입장만 생각한 이기심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말할 때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하품하는 것,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는 것, 앞가슴을 내리는 것 등이 다 내게 보내는 개들의 절실한 신호라는 것을 알았다. 개들에게 인간의 존재가 그렇게 편한 상대는 아닐 것이다. 많은 것을 사람에게 맡긴 채 사람의 선택에 의해 살아가는 개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보호자라면 개들이 보내는 카밍 시그널에 무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의 언어가 지역에 따라 나뉘는데 반해 개들의 언어는 세계공통이라는 점도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미국에 사는 개를 한국에 있는 개가 만나도 서로 주고받는 신호에 낯섦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도 하나의 언어로 살 수 있다면 훨씬 더 편하고 즐겁게 살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꼼꼼하게 읽었다. 복잡한 이론서가 아니라 경험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이해가 잘 되었다. 또 적절한 사진을 만화처럼 구성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비슷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작은 차이로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는 개들의 언어. 이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견주(보호자)의 책무일 것이다.

 

카밍 시그널 : 자신이나 상대방을 침착하고 차분하게 만드는 신호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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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동물들이 주로 사람의 체온에 의지하는 가 봅니다.
    딸아이가 데려온 고양이라 고양이에 대해 한동안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딸아이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여 지금 저희집에 있는데, 얘가 집사가 없는지 아는지 그렇게 애교를 부리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방문 앞에 앉아 기다리고, 내 입술에 뽀뽀 하려고 하고. 개들의 언어가 세계 공통이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반려동물과 서로 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 많이 하거든요. ^^

    2018.05.25 16:1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저도 유튜브에서 고양이 채널 많이 보고 있어요. 고양이는 고양이 대로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더라고요. 강아지처럼 늘 열정적으로 사람을 따르진 않지만 가끔씩 보여주는 사랑스러움은 정말 치명적이다라고요. 블루 님의 고양이도 무척 사랑스럽게 보였어요. ^^

      2018.05.29 22:24
  • 파워블로그 키미스

    우왕... 파란자전거님이 개에게 등을 맞대고 앉아있는 거 보면 넘 흐뭇하고 신기할 거 같아요. 저도 개를 키울 때 이 책을 접했으면 좀더 잘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 보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카밍 시그널 뜻이 참 좋으네요. ^^*

    2018.05.31 12:2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아무래도 예전엔 정보가 적었지요. 요 몇년 사이 반려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져서 정보도 많아졌어요. 저도 덕분에 반려견과의 소통에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

      2018.06.0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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