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눈에 띄는 시집이다. 창비시선 표지가 언제 이렇게 다아나믹하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제목도 마음에 든다. 여름 언덕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우리 마을 저수지에 가려면 언덕을 올라야 한다. 개를 데리고 자주 산책을 가는 곳이지만 언덕 끝까지 가진 못한다. 저수지 건너편 집에는 작은 개들이 여러 마리 살고 있어 제 집 근처를 지나는 누구든 조용히 보내주는 법이 없다. 그 개들이 부담스러워 언덕 중간쯤 가다 되돌아오곤 한다. 시인은 언덕에 올라갔다오면 위로 받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기분을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도 느끼기를 바란다고 했다.
(……) 이 시집이 당신에게도 그런 언덕이 되어주기를.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 2020년 7월 안희연
시집을 읽고 소감을 쓰는 일은 어렵다. 짧아서 금방 읽지만 그걸 읽었다고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이 짧은 시를 쓰기 위한 시인의 시간은 얼마나 길었을까 생각하다보면 더 할 말이 없다. 친구들을 만나 얘기하다보면 좋아하는 노래 장르가 다 다르다. 요즘 대세인 트로트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기타에 푹 빠져 사는 친구는 포크음악이 좋다고 하고, 민요를 배우는 친구는 '성주풀이'를 기가 막히게 불러 민요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시도 마찬가지다. 한눈에 다 들어오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소설처럼 서사가 있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리듬감이 있어 낭송하기 좋은 시를 찾아 읽는 사람이 있고 자신이 모르는 세계를 알려주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시에 대해 말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래도 읽었으니 시 한 편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나는 이렇게 천천히 시인이 본 세계로 나를 데려가는 시에 끌린다.
사랑의 형태
버리려고 던진 원반을 기어코 물어온다
쓰다듬어달라는 눈빛으로
숨을 헐떡이며 꼬리를 흔드는
저것은 개가 아니다
개의 형상을 하고 있대도 개는 아니다
자주 물가에 있다
때로는 덤불 속에서 발견된다
작고 노란 꽃 앞에 쪼그려 앉아
다신 그러지 않을게, 다신 그러지 않을게
울먹이며 돌아보는
슬픔에 가까워 보이지만 슬픔은 아니다
온몸이 잠길 때도 있지만
겨우 발목을 찰랑거리다 돌아갈 때도 있다
물풀 사이에 숨은 물고기처럼
도망쳤어도 어쩔 수 없이 은빛 비늘을 들키는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 자신했는데
이름을 듣는 순간 그대로 풀려버리는
깊은 바닷속 잠수함의 모터가 멈추고
눈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
냄비 바닥이 까맣게 타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등 뒤에 있는
이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