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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수업

[도서] 비혼수업

강한별,김아람,이예닮,지나리,하현지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침서 같은 책.

좋아하는 유튜버 분이 읽어보고 추천해 주어서, 나도 궁금함에 출간되자마자 구매했던 책이다. 당시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이제서야 완독했는데 왜 이제야 봤을까 싶기도 하다. 조금 더 일찍 봤으면 내 마인드가 조금 더 빨리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 책에서는 어렴풋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한국 사회의 결혼주의를 유쾌하게 비꼬기도 하고, '비혼'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같이 손잡고 헤쳐나가자고 말해주기도 한다. 왠지 거창할 것만 같은 비혼이 사실은 별다를 거 없다며 오해를 풀어주기도 하고, 아직까지 마음의 결정이 되지 않았다면 편하게 생각하라고 기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책에서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비혼이 아니어도 부동산, 세금, 보험, 청소처럼 읽어놓으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법한 지식들이 가득하다. 비록 전문가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기초 지식을 쌓고 흥미를 가지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비혼인들은 이미 알고 있다. 결혼이 기본 값인 세상은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모든 복지 혜택이 결혼주의자들에게 맞춰져있다는걸. -p.38

국가는 정책으로 말한다. 이를테면 신혼부부에게 많은 지원이 이어지는 건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국가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p.55

원인이 무엇이든 모든 결과가 결혼으로 귀결된다. 나의 취미나 기호, 심지어 행동 하나하나를 결혼을 위해 익히거나 갖추고 있는 것인 양 이야기한다. -p.98

현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갑갑하다고 느끼는 부분이자,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다. 대한민국에서 기본적인 권리에 관한 혜택을 누리면서 살아가려면 무조건 가족 구성원이 둘 이상이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대화도 당연히 결혼을 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 내가 나를 위해 노력했던 진학, 취업, 자기계발 같은 일들이 그들에게는 결혼을 위한 준비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이런 결혼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비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앞이 캄캄해지는 일이다. 당장 명절만 되어도 결혼은 언제 하냐는 잔소리부터 은근한 눈치까지, 나의 잘못도 아닌데 마치 내가 대역 죄인인 양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혼이 선택인 것처럼, 비혼도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비혼이 내가 아닌 남에게 질타를 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생각만 해도 갑갑해지는 경험이 하나 있는데, 얼마 전에 집안에 일이 있어 일가친척분들과 모두 인사할 일이 있었다. 내 기억에는 생전 처음 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인사를 하면서 아빠가 취업한 큰 딸이라고 소개하자 일면식도 없는 어른들이 나에게 연애는 하고 있냐며, 결혼은 언제 할 거냐며 물어봤다. 이때 내 나이는 겨우 21살이었다. 내가 연애 중인지 결혼 예정인지 그들에게 말해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다짜고짜 그런 질문을 하는 게 무례가 아니라는 그들의 생각이 더 나를 더 화나고 허탈하게 만들었다.

위와 비슷한 경우로 회사에서도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연애 여부와 결혼 의사를 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되어버렸다. 비혼이라고 이야기하면 그들은 결혼하지 못하는데 핑계 대는 거 아니냐며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본인이 나의 삶을 살아본 것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고작 '결혼'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내 인생을 평가하고 잣대를 내리는 게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아직 생각이 없다'같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말로 대충 대꾸를 하곤 한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참 피곤하다.

자신에게 맞는 성취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뭔가 얻는 것에 집중해 보자. 그 성취감이 당신에게 진정한 쉼을, 편안함을 제공할 것이다. 성취감은 지속을 위한 동기부여다. -p.117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의 삶을 이끌어줄 수 있는 건 체력과 재력이다. -p.165

성인이 되고 나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사실이 사람을 설레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p.277

모든 종류의 앎은 내 삶을 향상시킨다 -p.284

최근에 들어서야 혼자 무언가를 시도하고 배우는 게 재밌어졌다. 동기는 간단했다.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회사를 갔다 오니 체력이 받쳐주질 못했다. 그래서 기초 체력을 길러보자는 마음으로 무작정 필라테스 센터를 찾아가 수강권을 끊었다.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 시작했던 운동이 생각보다 나랑 잘 맞았고, 점점 늘어가는 운동 실력과 근육을 보면서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었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다 보니 끝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고, 내가 내 삶을 컨트롤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덕에 예전보다 훨씬 더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공부들을 시도할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한동안 공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놀았었는데, 한 1년쯤 지나니까 귀신같이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학교에서 배우는 취업이나 시험 같은 평가 수단의 공부가 아니라, 순수하게 내가 배워보고 싶은 영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본래도 여러 가지 분야를 아울러서 배우는 걸 좋아하는터라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그 세상으로 직접 나가보고 싶어서 언어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의 공부는 정말 재밌었고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성취감이 나를 더욱 열심히 생활하게 만들었다.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건 결국 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대신해서 살아주지 못하기에, 나는 앞으로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성취감에서 오는 자아 효능감은 언제 만나도 반갑다.


생각해 보면 비혼이라는 단어는 최근에서야 생겨났고, 그전까지는 으레 '노처녀'같은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들이 많았다. 지금도 '모태솔로'같은 단어들은 여전히 결혼을 전제에 두고 연애하지 못하는 사람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긴다. 어쩌면 결혼하는 사람을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비혼인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당연한 혐오의 대상으로 사회가 몰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 건 경험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안 한다고 해서 인생에 마이너스가 되는 요소는 절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혼인들과의 연대를 느꼈고, 내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이 꽤나 해소되었다고 생각한다.

적다 보니 내가 비혼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는 완벽하게 비혼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결혼의 가능성을 조금은 열어두고 있는 미혼과 비혼의 중간 정도? 살다가 적당한 사람을 만나면 동거도 괜찮을 것 같고, 그러다 보면 결혼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비혼을 전제로 깔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삶은 생각보다 더 자유로웠고 나를 발전하게 만들었다. 언젠간 내가 확실하게 비혼을 선언하더라도 앞으로의 삶에 문제가 없을 만큼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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