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잔뜩 그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책.
처음에는 순전히 베스트셀러라길래 눈길이 갔다. 궁금함에 책 소개를 보다가 돈을 심리학적인 측면을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펴낸 책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갔다. '숫자' 그 자체인 돈을 어떻게 심리학의 측면으로 설명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경제 저서 하나쯤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구매하게 되었고,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책을 폈다. 그러나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내용들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어느새 완전히 빠져들어서 책의 전체에 줄을 그을 셈으로 집중하며 읽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해야 할지, 돈에 대해서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친절하게 말해준다. 특히나 아빠가 자녀에게 말해주는 듯한 조곤조곤한 말투가 이 책의 매력을 더욱 높이는 것 같다.
리스크와 행운은 도플갱어다.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가 행운이고, 어디까지가 재주이고, 어디부터가 리스크인지 알아내기 쉽지 않다. - p.61
성공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역할을 인정한다면, 리스크의 존재는 우리가 실패를 판단할 때 나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뜻임을 아는 것이다. - p.64
저자는 대담함과 무모함을 가로지르는 선이 아주 얇아서,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주지 않으면 선이 종종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내가 희망하는 수익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만큼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인간은 돈 앞에 있어서 이성을 제어하기 힘들다. 이러한 본능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돈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하고 제어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투자에 있어서 리스크와 행운은 이미 일어나고 나서야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고 매력적인 것 같다. 우리가 계속해서 도전하고 시도하는 이유도 결국에는 이러한 대담함에 있어서 행운을 조금 더 끌어오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 저자는 조금 더 행운 쪽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잘 된 사람들의 행동을 패턴화해서 본인의 삶 속에 적용하라고 말한다. 이 말을 보고서 나도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 관리나, 자기 계발 등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사실 이전까지는 특정인의 투자 지침서는 그냥 자서전같았고, 내 삶에는 적용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 흥미를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취사선택해서 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거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고, 나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행운과 리스크의 갈림길에서 한쪽으로 쓸려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리스크를 회복하고 행운을 내 것으로 만들며 조금 더 나은 마음가짐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스스로 멈추게 하는 골대, 즉 목표를 세우는 것. 이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 p.76
그러나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 행복이다 -p. 77
'충분함'을 알고 멈추는 것.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정말 어렵다. 돈 문제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눈앞에서 이익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라고 말하고 있고, 뒤에서는 나의 욕심이 등을 떠민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으면 결국은 체하는 것처럼, 과욕은 참사를 부르는 법이다. 나에게 맞는 정도를 알고, 처음에 추구했던 목표까지만 가는 것. 본인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만큼 노력하는 것도 자기 자신을 아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살다 보면 자꾸만 타인이랑 비교하게 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타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너무나도 쉽게, 많이 접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그러다 보면 나에겐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타인의 것에 비해서는 초라해 보이기 마련이다. 나도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나보다 높은 사람들의 연봉, 학력 등을 보고 괜히 조급해져서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냥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건강, 스케줄 생각 안 하고 할 수 있는 걸 다 하다 보니 결국엔 번아웃이 왔다. 내 몸도 이런데, 하물며 내 돈이라고 다르겠는가. 다른 사람은 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나만의 속도에 맞춰서 내 목표에 맞게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다. 이는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 p.140
어떤 객관적인 생활 조건보다, 내 삶을 내 뜻대로 살고 있다는 강력한 느낌이 행복이라는 긍정적 감정에는 더 믿을 만한 예측변수였다 - p.141
이 책을 관통하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나도 돈을 벌고 경제력이 생기면서 더 많이 드는 생각인데, 나에게 경제적 주도권이 있다는 것은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부를 추구하고 축적하려는 목적도 원하는 것을 조금 더 수월하게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돈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나의 통장 잔고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엄청난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돈'이라는 것은 제약이 될 때는 무섭도록 잔인하게 나를 조여오지만, 나의 기반의 되는 순간 도약을 위한 훌륭한 받침이 되어준다.
책 속에서 말하는 행복에도 정말이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에는 내가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상태가 행복을 느끼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돈은 행복을 느끼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수단이다. 돈이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내가 배우고 싶은 부분들을 마음껏 배우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을지 몰라도, 돈이 있다면 조금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다.
그냥 저축 그 자체를 위해 저축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모두가 그래야 한다. - p. 177
내 습관 중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취업하자마자 저축하는 습관을 들인 것이다. 사회초년생 때는 월세 때문에 액수는 크지 않았을지 몰라도, 일단 저축 먼저 하고 남은 범위 내에서 소비하는 습관을 길렀다. 처음에 저축을 할 때는 큰 목표를 세워두고 하지는 않았다. 괜히 목표를 정해두었다간 모이자마자 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씩 적금과 예금으로 모은 돈들이 차곡차곡 쌓여갔고, 이 돈은 나의 전세자금도 되어주고, 이사 자금도 되어주고, 갑작스러운 병원 지출을 채워주기도 하고, 만약 내가 소득이 끊긴다면 나의 생활비도 되어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정말 수많은 변수와 일들이 내 삶을 파도처럼 덮쳐온다. 지금까지도 정신없었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차마 상상도 가지 않는다. 이런 일들에 대비하는 목적만으로도 저축의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투자하는데 있어서 손실이 나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될 것이고, 내가 아플 때는 맘 놓고 쉴 수 있는 재원도 되어줄 것이다. 저축은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통장에 쌓여있는 돈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비록 보수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저축 없이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서평에는 다 못 적었지만 책 속에는 더 좋은 내용들이 가득하다. 나조차도 근래 들어서 조급해져있던 마인드를 리셋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행운과 리스크를 받아들이되 그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투자와 재테크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이 먼저라고 말해준다. 당장 눈앞의 수익과 손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복리의 효과와 시간의 힘을 믿으라고도 이야기해 준다.
구체적으로 '자산을 증식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매뉴얼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폭풍 같은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버텨낼 수 있는 든든한 뿌리를 길러주는 책이다. 마치 아빠가 자식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 같은 따뜻한 느낌도 들어서, 책장 한 켠에 꽂아두고 읽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 같다. 나도 마음가짐을 재정비하고 더욱 단단한 마인드로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