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육아는 사실 한 문장으로 설명 된다.
<둘째가 아토피를 앓고 있어요.>
대부분의 엄마들은 내 얼굴에 묻어나는 고단함을 단번에 이해하곤 했다. 그만큼 아토피에 대한 인식은 전 국민적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질환인 만큼, 밖에서 만나는 전문가들도 수도 없이 많았다.
가깝게는 이웃 어르신, 유치원 친구 엄마, 심지어 시댁 가족들, 친정엄마까지 두루두루 나를 도와주려는 우군들이 많았다.
그러나 내 아이의 아토피는 그들의 묘방으로 결코 치유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토피에는 ‘알레르기가 있는 아토피’가 있고, ‘알레르기가 없는 아토피피부염’이 있고, ‘식품알레르기로 인한 피부발진’ 등의 양상도 있고, 그 갈래가 생각보다 다양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하나의 질환처럼 보이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다 다르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런 아토피의 양상을 알고나니 안타까운 마음에 다가와서 자신의 묘방을 내게 알려주는 이들의 마음을 알지만 효용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소아 피부염을 오래도록 다룬 전문의들이 쓴 책에 더 의지한다. 전문의들은 근거를 가지고 설명을 한다. 임상과 외래의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분석한다. 내 아이는 단순히 피부가 가려운 아토피피부염이 아니라 식품 알레르기를 동반한 아토피피부염으로 그 관리방법이 굉장히 까다롭다. 음식에서부터 환경, 그리고 피부관리까지. 그래서 더 이상 어성초 물로 씻어 보아라, 개구리풀을 끓인 물이 낫게 한다더라, 노각을 갈아서 바르고 마시면 도움이 된다 하는 것들이 정말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안다.
‘아토피’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우리 아이의 아토피를 연장시키고 있다는 마음이 늘 무겁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토피와 알레르기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서울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신 김지현 교수님이 쓴 책이다.
아토피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사람의 엄마로써 이 책을 읽고 느낀 장점은 3가지였다.
첫 번째, 아토피에 관한 정확한 분류다.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거나, 피부에 부분적으로 거친 부분들이 잡히면 엄마들은 걱정을 시작한다. 우리 아이 혹시 아토피가 아닐까? 입밖으로 내뱉으면 정말 아토피가 되어버릴까 걱정스러워 밤새 잠들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핸드폰에 의지한 채 검색을 이어간다. 아토피 초기 증상, 아토피 피부염 증상, 100일 아기 아토피와 같은 키워드는 계속해 엄마를 괴롭힌다. 혹시 아이가 아토피 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이 책의 1장을 읽어보길 권한다.
특히 알레르기는 사람마다 다른 체질을 보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피부 증상은 비슷해 보여도 원인은 제각각이다. p40
두 번째, 아토피의 단계적 관리에 대해서 잘 설명되어 있다.
약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모입장에서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최소한으로 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오히려 처방받은 스테로이드 연고는 거의 쓰지 않고, 최대한 보습제로 해결을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보습만으로도 좋아지는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그게 100% 틀린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초기에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거친 피부, 아토피 피부염 증세는 그 단계에 맞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써서 초장에 잡는게 훨씬 효과적인게 사실이다. 나 역시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오히려 국소적인 부위가 점점 퍼져나갔다. 부위가 작을수록 잡아내기도 훨씬 수월하다. 아이가 지내는 환경은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공기, 습도, 온도, 침구, 세탁)
스테로이드 연고를 쓸 때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보습제는 어떤게 좋은지.(천연 성분이 함유된 보습제?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보습제? 횟수는? 바르는 방법은?) 아주 자세한 설명으로 가득차 있다. 엄마들이여, 더 이상 헤매지 말고 이 책을 읽어보길!
(어쩌면 내게 있어서) 1, 2장의 실용적인 정보들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건 3장이었다.
<씩씩한 부모가 아토피를 이긴다>
아토피는 체질이면서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이기에 사실은 장거리레이스다. 단번에 좋아지기가 어렵고, 계속해 추적해가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몇 번이고 무너진다. 마음이 아프다가 화가나고, 정신을 못차리고 긁는 아이를 보면서 짜증도 난다. 그러다가 결국 다시 아이에게, 우리 나을 수 있어. 어제보다 좋아졌네. 새살도 많이 돋았네 하며 아이를 다독이고, 내 마음도 다독인다.
3장에서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내 마음에 가만히 와 닿았다. 늘 가지고 있던 죄책감, 엄마로서 무지해서 아이를 고생시킨다는 미안함. 완벽한 부모는 없어요. 라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등불처럼 어둔 마음을 밝혀준다.
부모는 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불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하다는 표현을 자주 해야 한다. 죄책감과 조급한 마음 대신 “부모는 강하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위한 미래 계획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안전한 치료 계획을 따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어진 상황과 시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좋은 부모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제 죄책감은 털어 버리자. 부모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p192
아이의 피부 때문에 고민이 많은 부모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토피가 아니더라도, 아이 보습제를 고르는 일 하나에도 부모들은 신경을 많이 쓴다. 보습제, 여름-겨울 계절별로 목욕법, 그리고 피부 발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알레르기 유무를 알고 싶으면 어떤 검사를 받으면 되는지, 4장에 나오는 이유식은 꼭 아토피 아이가 아니더라도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 많다. 알레르기 유무를 떠나 초기 이유식에서 후기 이유식으로 나아가면서 점차 넓혀가는 음식군에 대한 정보도 알차게 얻을 수 있다. 다 지나온 일이지만 나 역시 첫째 둘째를 키우며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밤마다 살을 긁어대는 아이의 모습은 온 가족의 불행으로 이어집니다. 이불이 핏자국으로 뒤덮이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토피가 아니어도 육아가 어렵지 않은 부모는 없습니다. 한 번도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으니까요. 다른 집 아이들도 모두 아프면서 자라지만, 우리가 모를 뿐입니다. 아토피가 해결되고 알레르기가 사라져도 새로운 문제가 항상 우리를 기다립니다. 부모 마음이 씩씩하고 불행하지 않아야 이 특별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다른 장애물을 만나도 넘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 프롤로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