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땠는가 묻기 위해 생각이 마음 깊이 쑥 들어간다. 나를 이룬 많은 것들과 지금껏 애정 했던 것을 생각한다. 그리곤 나를 둘러싼 주변에 문득 애틋해진다. 작가님의 삶에 대한 깊은 생각부터 책에 대한 애정과 우정, 일상까지 담겨있는 [겨울의 언어]는 그런 의미에서 이맘때 읽기 좋았다.
초반부의 글은 겨울이라는 계절의 차분함을 닮아 진지하고 깊었다. 지금껏 해온 삶에 대한 고민과 닮은 글에서는 내가 미처 풀어내지 못했던 사유들이 작가님의 언어로 풀어져 있어 감사했고,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경청할 수 있어 새로웠다. 가령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한 생각. 사진을 기억 보조수단으로 써와 별생각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을(shoot) 때마다 피사체를 쏴(shoot) 내 멋대로 박제해버린 건 아닌지 문득 겁이 났다.
서늘한 겨울에 익숙해지면 연말을 즐길 달뜬 마음이 되듯, 중반부에는 애정 하는 '책'에 대한 내용이 담겨 읽기 가뿐했다. 미소 지으며 읽다가 <애서가가 '우연히'책을 사는 방식>에서 당황하여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진짜임). 트루먼쇼인가? 어떻게 내 평소 사고 흐름이 순서에 맞게 정확히 서술되어 있지? 이게 어떻게 되지? 어떻게 '다섯 권' 뒤에 '밖에'라는 말을 붙임으로써 별거를 별 거 아닌 듯 넘기려는 내 태도가 드러났지? 이제 다 밝혀져 버렸어 어떡하지? [책에 바침]을 읽었을 때 보다 더 큰 타격이었다.
후반부는 연말에 지인들과 썰을 풀듯 즐기며 읽을 수 있었다. 개 짖는 소리, MBTI, 커피, 운동, 춤 등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떨고만 싶었다. 일상 속 요소들을 담아내는 따듯하면서 단단한 글들로 가득했다. 그저 글을 읽고 있을 뿐인데 나에 대한 것들도 글로 써보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특히 <재미없는 사람>이 재밌었다. 작가님은 스스로를 재미없는 사람이라며 그래프와 함께 멋진 분석을 했지만 그렇게 분석하는 챕터가 하나 있다는 자체가 재밌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에게든 어디에서든 겨울은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계절일진대, 겨울을 소리 내어 부르는 사람에게 겨울의 혹독함이란 자신을 휩쓸어도 좋을 바람이다.'
[겨울의 언어] 프롤로그 중
어김없이 다가왔고, 다가올 겨울을 닮은 책이었다. 타협 없이 지나가고야 말 겨울을 작은 기합과 함께 불러내도 괜찮을 것 같은 따듯한 겨울의 언어였다.
#겨울의언어 #김겨울 #겨울서점 #웅진지식하우스
@writer_winter @woongjin_rea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