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프로파일링 기법의 설계자
앤 버지스의 인간 심연에 대한 보고서 『살인자와 프로파일러』
1970~80년대의 미국 FBI 행동과학부의 숨겨진 역사와 프로파일링 기법을 체계화 한 인물 저자 앤 울버트 버지스. 행동과학부 내 유일한 여성이었고, 비요원이었던 저자는 프로파일러들의 회의실과 범죄자들을 대면하고 그들의 마음을 열고 읽어 사건을 캐치하고 복원한다. 프로파일링 기법을 수사에 적용하고, 그에 효과를 본 순간들을 보여준다. FBI 요원들조차도 확신하지 못한 범죄자들의 수사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범죄 수사에 전환점의 순간은 물론 인간의 심연에 다가가는 방법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저자 앤 울버트 버지스.
네브라스카주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잔혹한 연쇄 살인 사건부터 피해자와 목격자뿐만 아니라 버지스에게도 상흔을 입힌 아동 납치 및 살해 사건, 강간범과 BTK연쇄 살인마, 미국 전역을 두려움으로 들썩이게 만들었던 악명높은 살인자들의 사건들까지... 7,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했고 지금과 별반 다를 거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또 그렇지 않을 사건들. 범죄자들을 추적하고 범죄 수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는 프로파일러들의 생생한 회의실 장면의 묘사는 인상적이었다. 수사 기법에 적용했을 때 환희와 절망의 순간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이게 정말 사람이 저지른 일인가 싶을 정도로 소름끼치게 잔혹하고 잔인한 사건들을 접했다. 내가 뉴스나 기사로 접한 사건들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강간, 성폭력, 살인, 특히 가족이 보는 앞에서 강간을 당하는 사건은 정말 @#!^%&%*&(*&&^%$#()^ 육성으로 험한 말이 나올 정도.. 범죄자들은 이유가 없었다고,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한다. 혹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고 한다.
(와c. 잠시 험.한.말. ) 이유없는 건 없다. 이유가 있으니 저질렀을 잘못되고 나쁜 행동인데 이유를 모르겠다니.. 이유가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겪은 트라우마나 정신적인 충격, 가정 환경,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더 커진 것 같다. 물론 상황이나 주변의 영향을 어떻게 흡수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정상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하..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으며,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을 알 수 있는 거겠지...?! (아.. 정말 인간이.. 어렵다.. 응? ;; )
끔찍하고 잔인한 사건들을 마주할 때는 너무 힘들었다. 아니 왜 그렇게까지 그래야했을지 내내 의문이기도 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기도 싫었던 범죄자들. 피해자,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이 얼마나 클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범죄, 수사물에는 관심이 크지 않아서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접한 프로파일링. 정말 흥미롭고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언급한 문장에서처럼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프로파일링은 예술이고 과학이 아닐까싶다. 인간에 대해, 인간의 악의 본성에 대해 궁금하고 관심이 있다면, 알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 책 속 문장 Pick
(…) 범죄자들이 종종 정말로 자신이 왜 살인을 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들 본인도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이것이 그들의 행동에 원인과 이유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들은 이유가 있어서 살인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찾을 것이었다. (p.181)
6년간 행동과학부에서 일하면서 나는 '프로파일링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이라는 상투어를 내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프로파일링이 꼭 둘 중에 어느 한쪽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프로파일링은 예술이면서 과학이다. 프로파일링은 인간 조건의 맨 가장자리에 있는 면모들을 묘사하고 분석하기 위한 인간의 시도다. 과학과 예술은 프로파일링이라는 동일한 동전의 양면이다. 단지 모든 사람이 이 양면을 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이다. (p.230)
내게 이 일의 목적은 언제나 피해자였다.
내가 끈질기게 이 일을 했던 이유, 내가 계속해서 그 어둠 속으로 내려갔던 이유는 언제나 피해자들이었다. (…) 많은 이들이 역사에서 사라지거나 연쇄 살인범과 그들이 저지른 범죄 이야기의 각주로 밀려났지만, 나는 한 사람도 잊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사람은 피해자다.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인 만큼이나 피해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p.389)
『살인자와 프로파일러』는 범죄 자체를 이해하고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지만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적인 시각을 폭넓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범죄자 프로파일링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분들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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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