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아파서 열흘 정도 병원에 입원했다. 치료받느라 힘든 것보다 당장 죽을 것같이 아파하던 환우(조용히 있고 싶어 2인실을 택했는데, 병실의 나머지 환자가 그랬다. 오~ 신이시여) 때문에 더 힘들었던 기억. 퇴원한 후 만난 세상은 달라보였다. 뭐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더라'는 정도랄지...
사는 게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만때만한 것에 아웅다웅 전전긍긍 하며
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쉽지는 않더라. 녀석이 마실 우유를 100원 아끼자고 편의점보다 100미터 떨어진 마트를 간 5분 사이, 주식 수익률은 3퍼센트가 떨어져 백수십이 증발한 걸 보고...이게 뭔가 싶었다. 정작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지 못하고 습관대로 살았다. '없이 산 덕분'에 생긴 습관이다.
열심히 사는 이유는 행복하고자 함인데, 무엇이 행복인 줄 모르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롤프 도벨리는 글을 잘 쓴다. 무엇보다 탁월한 생각의 소유자다. 그의 신간을 읽으며 채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밑줄을 그었다(반백의 나이에도 밑줄은 그리게 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해하고 포용하고 절반 접어주면 세상을 대하기가 영 편하다. 그걸 새삼 깨닫게 한다. "행복은 돈, 재능, 사람과 관계없다. 오로지 머리를 잘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저자의 말이 계속 머리속을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