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천명관은 그의 존재만으로도 매력있는 작가다. 내가 그를 처음 안 건 그가 소설을 쓰기 전 영화인이었다는 이력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고래>를 읽었고, 환상적인 서사에 빠져 그의 소설이라면 부러 찾아 읽고 있었다. <나의 삼촌 부르스리 1, 2> 에 이어 읽은 소설이 바로 이 책,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글로 보는 영화'였다. 한마디로 술술 읽히는 동안 눈에 뵈는 듯 주인공들이 시종일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가고, 전화와 문자의 알림이 귀찮을 만큼 시종일관 몰입하게 했다.
소설의 내용은 말로 옮기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건달들의 모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속에 나의 옛날이, 우리 동네 형들이, 군대시절 들었던 수많은 달건이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들은 나를 마냥 낄낄거리고 키득거리게 했다. 이런 소설이야말로 '페이지터너'가 아닐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린 영화가 있다면 가이 리치 감독의 영국영화 <스내치>(2000년)다. 새파란 미국 애송이 브래드 피트가 영국에 와서 갱단에게 피똥싸는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인데, 등장인물의 면면이나 스토리 전개과정, 관객(독자)을 낄낄거리게 하는 시답잖은 대사와 표정들, 특히 다이아몬드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과정 등이 이 소설과 묘하게 닮았다. 그래서 일까. 만약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새로운 기존의 르느와르로 첨철된 갱스터무비와는 180도 다른 기막힌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다.
한편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한 편의 장편으로 만드는 그의 필력을 인정케 한다. 스토리마다 반 매듭씩 비트는 바람에 예감은 어김없이 빗나가게 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는 문장들은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을 갖고 있었다. '부커맨 후보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얼마전 배우 정우를 주인공으로 <뜨거운 피>를 연출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이 소설의 작가는 천명관에 버금가는 <설계자들>의 작가 '김언수' 였다. 엇비슷한 장르의 동료작가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셈이니 천명관의 영화사랑, 스토리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