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기간: 2023.7.30~8.3>
주변에 판사 지인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드물겠지만(지인의 지인까지 가면 모든 사람이 법조계에 지인이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판사 지인이 한 명 있다. 판사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늘 소박한 복장, 그리고 소탈한 성격 탓에 지인들과 친구들 사이에도 인기가 많은 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분이 국민들이 관심이 많은 사건을 하나 맡았다며 고민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판사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판결을 내리는지 궁금했다. 그러는 찰나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변호사 출신이었다가 판사가 된 주인공은 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부산에 고등법원 판사를 한 경력이 많은 판사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1부에 나와 있는 판례가 굉장히 다양해서 “정말 많은 사건이 우리나라에 일어나는 구나”를 알 수 있었고 또 사람마다 이익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를 판결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쟁점이 애매한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파트는 사람의 탐욕에 관한 장이었다. 돈에 눈이 멀어 고래를 밀수하여 파는 사람, 그리고 보살펴준 사람을 위협하여 돈을 갈취한 사람 등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유혹당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며 분노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1부가 다양한 판례에 관한 이야기라면 2부는 판사의 삶, 3부는 우리는 무엇으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들어있다. 특히나 3부에서 국민이 판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들어있는데, 저자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또 변명을 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이 입장에선 다소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일례로 보이스 피싱이 최근에 형량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판사가 보이스 피싱을 당한 이후 형량을 높게 판결하면서 이 판결문이 판례가 되어 계속 높은 판결이 나온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러한 사건은 일반 국민이 보기에 “그럼 험한 사건들은 다 판사가 당해야 한다는 거야?”라는 오해로 이어지기 마련이라 아직 법조계가 국민들의 신뢰를 다 회복하기엔 거리가 다소 있어보인다.
그럼에도 판사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고민을 하여 판결을 내리는지, 그리고 법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저자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소년을 위한 재판 이후 법조인 에세이를 꽤 오랜만에 읽었는데 다양한 법조인 에세이가 많이 나와 다양한 직업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