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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아마 책 좀 나름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적잖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그런 소리를 듣는 때는 순수문학 작품이나 철학자들의 사상이 담긴 책들을 읽을 때이다. 그럴 때마다 답은 이렇게 늘 했다. "재미있잖아. 그리고 책 읽는 거 외에 특별히 더 잘 하는 일도 없고." 책읽기가 취미이신 분들은 어떤 대답을 하시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일이 깊이는 아니지만 법을 다루는 일이라서 업무상 법 관련 실무해설 책을 많이 보는데, 업무관련한 책이 아닌 것을 읽을 때는 다른 이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책 읽을 시간에 돈 되는 책을 읽는게 낫지 않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를 즐겨하지 않은지는 그 역사가 꽤 깊었다. 북유럽의 어느 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일곱 권의 책을 읽는다고 했다. "일곱권? 그거 한 달에 한 권도 아니잖아?" 이런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분은 과연 얼마나 읽으시는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년 독서량이 채 1권이 간당간당하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실상 독서를 조금 한다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실상 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 이들이 태반인 것이다.  보통 일이 아니다. 이리저리 거리를 오고가거나 대중교통에서 앉았거나 일어나있거나 상관없이 사람들을 보면 십중팔구는 다 스마트폰를 보고 있다. 책 읽는 모습이 스마트폰을 주시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면 다행일 것이나 그렇지는 않는 것이 문제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도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았다.


  어찌보면 우리나라같이 초고속으로 자고나면 새로운 뉴스가 나와서 어제의 뉴스를 덮어버리는 등 급속하게 변하는 나라에서 "책 좀 읽자"고 하는 것은 세상을 거꾸로 사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국민들도 하나같이 다 바쁘다. 얼마나 바쁘면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문학작품을 시험에 나올 부분만 요약해서 읽고 만다. 입시에 응용하고자 문학작품을 빨리빨리 필요한 작품의 필요한 부분만 읽는 기술을 학원에서 가르칠 정도로 아이들마저도 바쁘다. 성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고전문학을 출판하는 출판사들 - 민음사, 열린책들, 문학동네, 창비 - 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타자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사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 작품이 아닌 번역된 것을 읽을 때는 더하다. 지금까지 이름이 회자되고 작품이 읽혀지는 작가의 작품은 일단 숨을 한 번 딱 들이쉬고 경건하게 읽어야 할 것이다. 작가가 고뇌와 노력의 결과로 빚어낸 문장을 - 우리는 그것을 번역된 것으로 보니까 그 느낌을 100% 알 수는 없다 - 곰곰히 읽어야 한다. 수천년부터 수백년 전 것도 있으므로 잘 읽으면서 그 당시의 생활상이나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차분히 받아들여야 한다. 각자 탄생한 나라도 제각각이므로 해당하는 나라의 사람이 되는 기분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집중력을 흐뜨려서도 안 된다. 대작가의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러다보면 내가 작중에 등장하는 시대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되고, 그런 경험이 쌓여나가다 보면 타자에 대해 이해하는 힘이 늘어나는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나라를 현재 배금주의와 집단이기주의, 교양의 부재로 인한 계층간, 세대간의 소통의 부재로 몰아가게 만든 건 사실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탓이 크다. 세대를 아우르는 고전을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처지와 생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지를 못했으니 뭘 해도 나를 위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명문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으니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도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서로 생각이 충돌해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고 그런 오해가 점점 커져서 사회로 더 퍼져나간다. 일류 대학을 나온 수재라고 해도 그만큼의 교양이 있는 사람도 보기 어렵다.


  "그런 거 읽어서 어디다 써먹을려고 그래?"라는 말에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의 책에 대한 인식이 명확이 드러난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어찌될지 알려주는 책, 입시에만 도움이 되는 공부방법과 독서법을 알려주는 책, 6개월만 지나가도 읽지 않을 자기계발책들만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베스트셀러만이 그나마 읽히는 우리나라다. 


  뭐 아무리 그래도 읽을 건 읽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읽어야 저런 말씀 하신 분들을 더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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