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이 2주 전에 끝난 도서의 서평을 이제야 쓴다.
빨리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안잡혀서 책을 몇 번이나 뒤적이다 그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이렇게 책 한 권을 놓지도 못하고 쩔쩔매며 오래 붙들고 있어보기는 처음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래퍼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1984년생의 남성이다.
스코틀랜드의 빈곤지역 출신으로 어린 시절 겪었던 가정불화와 학대의 기억을 하나 둘 꺼내 놓으며 험한 동네에서 자라며 온몸으로 체험한 '가난'과 '계급'에 대한 소회를 담은 책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탁월한 정치적 글쓰기'에 수여하는 '오웰상'을 받은데다 영국의 위대한 영화감독 켄 로치로부터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힘을 보태리라는 점에서 소중한 책이다.'라는 평가까지 얻어냈다는 사실은 이 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들어가는 글의 일부다.
저자의 집필 의도는 이렇다고 한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순간적인 호기심이 발동해 신청했지만 희한하게도 예상했던만큼 쉽게 읽히지가 않아서 읽다 덮다 하기를 반복하며 절반을 읽는데 보름이 걸렸음을 고백해야겠다.
왜 이렇게 안읽히는 것일까, 뭐 이렇게 어렵지?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아마도 난 래퍼라는 저자의 또 다른 타이틀에 얼마큼의 위트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다 혹시 내가 놓친 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돌연 책의 끄트머리로 관심을 돌려 이 책의 추천사나 마찬가지인 <시사IN>의 장일호 기자님이 쓴 발문을 읽어 보았다.
그리곤 깨달았다.
내가 이 책에서 재미를 얻으려 했다는 것을.
도무지 재미를 구할 책이 아닌데 말이다.
나는 애초부터 이 책이 가진 취지를 오판했던 거다.
'가난'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던 1930년대의 오웰을 떠올리며 1990년대를 겪은 같은 나라 사람이 쓴 '가난'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던 건데 딱 거기까지였던 거다.
결국엔 나도 책의 제목이 흘겨보고 있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다른 이의 '가난'을 구경하려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장일호 기자의 발문으로 말미암아 첫 페이지로 돌아가 대런 맥가비가 쓴 '들어가는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그리고 책을 받고 보름도 더 지난 시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방향을 고쳐서인지, 다시 읽어서인지 처음 책을 접했을 때보다는 책장이 쉽게 넘어갔지만 솔직한 평을 하자면 그래도 이 책은 어렵게 읽은 책으로 남을 것 같다.
역자가 사회학자여서인지 주석도 없이 학술용어로 짐작되는 용어들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면서 문장 또한 길고 복잡하게 쓰여진 것들이 많아 같은 문단을 여러 번 반복해 읽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안읽고 있는 느낌이 드는 당혹스런 순간이 꽤 많았다.
어떻게 보면 그런 문제는 내가 사회학에 대해 무지한 탓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책읽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는 대런 맥가비의 의도를 무색케 하는 건 분명 있어 보인다.
영어 원문과 대조해가며 확인할만큼의 영어 실력이 안되긴 하지만 과연 대런 맥가비의 글도 이렇게 어렵게 쓰여졌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책은 저자가 말한 의도와는 전혀 동떨어진 그저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별 세 개가 적당한 것 같지만 반쯤 읽고나서 포기할까했던 이 책을 새로운 자세로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든 장일호 기자의 훌륭한 발문에 별 네 개를 준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