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작년 6월 신간이 나온 것을 보고 득달같이 샀다가 코로나 시국 장기화로 인해 모든 의욕이 꺾인 나머지 방치해뒀던 걸 오늘에야 읽었다. 선생님은 그동안 CCTV로 나의 모든 만행을 감시라도 하신 건지 우리 가족 구성원들이 처해있는 현재 상황을 기가 막히게 꿰뚫는 신통력을 발휘하고 계셨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흠칫흠칫 놀라고 있는데 때마침 방에 있던 김우성이 나왔다.
이틀 전 학습태도 불량 및 방자한 언행으로 즉결심판을 거쳐 태형 10대형에 처해진 후 자숙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으로 와선 책 제목을 스캔하더니 대체 이런 책은 왜 읽는 거냐며 도발했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말했다. "열 대 때릴 거 한 대만 때리려고 읽는거야. "
그랬더니 안때리면 되잖냔다.
"그치. 안때리면 되지만 너의 행동을 보면..."까지만 말하고 분노와 폭발 단계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신 뒤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엄마가 한 번 씩은 좀 져줬으면 좋겠어."라며 갑자기 속엣말을 툭 던졌다.
솔직한 태도에 돌연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단순한 엄마ㅋ) "엄마한테 밀리지 않도록 독서를 해서 논리력을 갖추면 되잖아." 했더니 그건 자기한테는 아직 너무 어려운 일이란다.
"엄마는 너한테 안지려고 책읽는 거야." 하니 한숨을 푹 쉬는데 그만 안쓰러워 비밀을 누설하고 말았다.
사실은 엄마가 한 번 씩 "말대답하지 말고 들어가서 공부나 해!"라고 빼액하며 대화를 끝내던 때가 바로 엄마가 졌던 것이라고.
그 말을 들은 우성이는 몇 년 전 내가 쿠키런 현질을 시켜준 날 보았던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p. 25 의도를 지닌 대화는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같다.
p. 27 아이를 위해 대화를 배운다는 표면의 소리는 진실이 아니다.
p. 195 아이를 잘 케어하는 부모는 자녀 관찰에 소홀하지 않는다. 그러자면 자연히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급한 엄마 입장에서 '지켜보며'라는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기다리자'라는 말에 방점을 찍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되돌아간다. 안타깝지만 그들은 되돌아가서 '지켜보지도, 기다리지도' 않는다. 아이는 더욱 답답하게 굴고 엄마는 더욱 조급해진...아이참 선생니임!!! 저 어떡해요. 엉엉~ ㅜㅜ